한국투자증권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탈(脫) 석탄’ 등 친환경 투자 확대를 중심에 둔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실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은 연결 기준 순이익 5,83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60.3% 늘어난 수치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성적표다. 부실 사모펀드 전액 보상 결정에 따른 충당금 약 600억 원이 일회성 손실로 반영됐음에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견조한 성과를 낸 것이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뛰어난 수익성 △경영 효율성 △고도화된 리스크관리 등이 꼽힌다.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에 힘입어 한국금융지주(071050)의 상반기 실적도 증권가 기대치를 크게 뛰어 넘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상반기 및 하반기 호실적이 한국금융지주의 주가 재평가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최근 한국금융지주는 10만 원대였던 주가가 올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9만 원대로 조정받았다. 실적 발표와 함께 반등했던 주가는 최근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 우려를 반영해 재차 하락한 상황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7조 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18.9% 감소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연결 순이익은 비시장성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상당 부분 반영되며 양호했다”며 “기업금융(IB) 부문의 견고한 성장세와 주식 시장 활황,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 그리고 견고한 이익 체력 등을 감안하면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주가 재평가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사모펀드 보상과 관련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이 곧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부실 사모펀드 10개 상품에 대한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 처리하며 마무리 지었다.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후속조치로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 강화,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 신설, 상품 판매 관련 직원 교육 및 감사 확대, 관련 평가보상 시스템 개편 등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와 환경 관련 이슈에서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 중단을 선언하면서 금융권의 ‘탈 석탄’ 흐름을 이끌었고, 올해 4월부터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발전단지 4곳의 지분 49.9%를 인수했고, 올해 8월에는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와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및 수소전문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회원사의 수소 산업 확대를 위해 금융 주선과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ESG채권 발행이 흥행하며 1,500억 원 규모를 글로벌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지난 5월에는 ESG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친환경 기업투자 △ESG 채권 인수·상품출시 △동반성장·상생가치 실현 △포용적 금융·사회공헌 확대 △지배구조 우수기업 상품개발 투자 등을 중점 사안으로 뒀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세상의 가치 기준이 바뀌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실행하면서 대한민국 자본시장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