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거리두기에…'걷기 운동' 나선 자영업자의 호소

두 차례 이어진 '소상공인 걷기운동'
거리로 나선 자영업자 정훈 씨를 만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한 정확하고 확실한 답이 필요합니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거리두기에 기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에요.”


29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 자영업자 십 수명이 모였다. 검정 마스크와 검정 옷을 착용한 이들 행렬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주변을 걸으며 ‘해결책을 달라’는 절박한 심정을 표출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첫 ‘소상공인 걷기 운동’을 실시한 지 딱 일주일 만이다.


앞서 자영업자 약 5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연일 매출 감소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올라왔다.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들은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두 차례의 걷기 운동을 주최한 자영업자 익명 채팅방 운영자 정훈(35) 씨를 이날 독립문공원 근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9일 낮 ‘소상공인 걷기운동’에 참여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십 수명이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서 걷고 있다. /김동현 기자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 선릉에서 10평 남짓한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른 다섯살 자영업자다.


  • - ‘소상공인 걷기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지지난 주 금요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 조치를 발표한 게 결정적이었다(지난 20일 정부는 식당·카페 영업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까지 한 시간 단축하고, 오후 6시 이후 2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간 연장했다).



현재 한 달에 약 1,000만 원씩 마이너스를 찍고 있는 상황이다. 2주마다 계속되는 ‘희망 고문’에 너무나 지쳐 20일 아침에 바로 익명 채팅방을 만들었다. 자영업자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편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위나 집회는 허용이 되지 않으니 방역 지침을 어기지 않을 수 있는 ‘걷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 - 현재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한 정확하고 확실한 답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기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예컨대 거리두기 4단계에도 벌써 50일 넘게 확진자 수가 네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만약 앞으로 일일 확진자가 5,000명, 10,000명을 넘어서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건가. 자영업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정책을 탁상공론으로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2주간 ‘셧다운’ 조치를 원하고 있다. 2주만 딱 제대로 쉬고 정상적으로 장사를 이어갈 수 있다면 훨씬 상황이 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오랜 기간 동안 영업 제한이 이어지면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 중에서는 남몰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다. 기사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생활고에 자살하신 분들도 여럿 있다.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행동만 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 - 앞으로의 계획은?


가게에 집중하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찾아볼 생각이다. 매출이 계속 줄면서 당장 집에 생활비도 제대로 갖다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아내가 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솔직히 아기가 태어나는 것 자체가 두렵다. 뭘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빚이 1억 원이 넘는데, 더 이상 은행에서 대출도 안 나온다. 폐업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충분한 돈이 없어 회생이 아닌 파산을 선택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이다.



(참가자가 많지 않아) 비록 걷기 운동은 여기서 끝이 날 수도 있지만, 자영업자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업종 상관 없이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한 군데로 모을 수 있는 비상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단체가 됐든 자영업자들의 마음과 목소리를 정부에게 잘 전달해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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