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짜증이 많이 늘었다. 직원 보고 과정에서 호통을 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29일 기준 재임 993일. 웬만한 업무는 실무자 이상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소위 ‘욕먹을 일’은 보고를 피하려고 한다.
홍 경제부총리의 가장 큰 고민은 부동산과 물가다. 잡으려고 해도 쉽게 잡히지 않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2%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육류와 과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나마 계란 가격이 7,000원대에서 8개월 만에 6,000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명절 물가가 비상이다.
고공 행진을 멈추지 않는 집값은 뾰족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3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0.40% 상승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월부터 다섯 차례나 “집값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이라고 경고했고 급기야 지난달 말에는 “부동산 시장 안정은 온 국민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대국민 담화까지 나섰으나 여론의 집중 포화만 돌아왔다.
한국은행이 보폭을 앞당겨 3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도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심리적으로 매수세가 잠시 주춤하더라도 집값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내년에는 대선이 있어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도 우세하다. 다주택자 양도세는 최고 75%여서 내년 6월1일 보유세(종부세+재산세) 과세 기준일까지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지금의 미친 집값은 명백하게 정책 실패 때문이다. 팔지도(양도소득세), 사지도(취득세), 갖고 있지도(종합부동산세) 못하게 세금을 왕창 올려놓은 데다 임대차 3법이 불을 붙였다. 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영끌’과 전세난만 더 심화했다. 정치 이념이 시장을 망쳐놓았다.
시계를 일 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해 7월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 주요 의원들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야당 의원들은 불참한 상태였다. 임대차법은 많은 우려에도 소위원회 법안 심사, 축조 심사, 찬반 토론이 생략된 채 강행됐고 정부는 다음날 예정에 없던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곧장 법을 공포했다. 사상 유례 없이 국회 법사위 상정 48시간 만에 실제 시행이 됐다. 그리고 닷새 뒤 본회의에서는 야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종부세법 등 징벌 과세 법안이 처리됐다.
주택 시장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당정이 밀어붙인 결과가 지금의 시장이다. 정작 당사자들은 ‘7월 국회 트라우마’로 여기고나 있을지 모르겠다. 귀를 막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 현장과 엇나간 정책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