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도 물 건너간 대면수업…대학가 상권 초토화 "IMF 환란 때보다 더 힘들다"

이화여대 인근 상가 3곳 중 1곳 폐업
전문가 "지원금 기준 현실과 동떨어져"

이화여대 앞 상가에 26일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천민아 기자

“초토화야, 초토화” “IMF (환란) 위기 때보다도 더 힘들어요.”


개강을 코 앞에 두고 평소라면 들썩거려야할 대학가 상권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여파로 대부분의 대학이 2학기 온라인 수업을 결정하면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이후 2년 가까이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게 되자 대학가 인근 음식점과 옷가게, 서점, 복사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연장 조치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2학기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1학기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이후 4학기째다.


학생들을 주 고객 층으로 하는 대학가 상권은 그야말로 황량하다. 서울경제가 지난 26일 주요 대학 상권 중 한 곳인 이대역~이화여대 정문까지 약 300m 거리를 돌아본 결과 1층 상가 57곳 중 16곳(28%)이 폐업한 상태였다. 서울시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신촌역 인근 한식 음식점 점포 수는 지난 1분기 5만5,651개로 전년 동기 대비 354개 급감했다. 술집 3년 생존율은 41.4%로 서울시 전체 43%보다 낮아 대학가 상권이 특히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보여줬다.



지난 26일 이대역 2번 출구 앞 상가가 텅 비어있다. /천민아 기자

이대 앞에서 20년째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66)씨는 “지난해 9월 대출 받은 2,000만원은 이미 다 까먹었고 집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며 “(정부이 코로나) 지원금은 겨우 40만원 받았는데 초토화된 대학 상권을 위주로 더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상을 지었다. 기자가 A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열려 있는 문 틈 사이로 한 남성이 ‘당일 대출 가능 일수’ 전단지를 던지고 지나갔다. A씨 가게 양 옆에 있는 상가는 1년째 공실이다.


특히 온라인 수업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학가 서점과 복사가게 등이다. 복사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에볼라, 메르스, 사스 등 때보다도 더 타격이 커 매출이 90% 줄었다”며 “다른 업종들 다 재난지원금 줄 때 우리는 안 주더니 이번에 전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줄 때에야 간신히 몇푼 받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대를 이어 50년 넘게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홍익문고는 폐업을 고려 중이다.


이는 비단 신촌·이대 앞 상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가에서 3,000~4,000원대 저렴한 식사를 팔아 인기를 끌던 한 컵밥 프랜차이즈는 대학가 온라인 수업이 본격화 된 이후 한양대와 서울시립대, 명지대, 숭실대, 나사렛대 앞에 있던 컵밥가게를 폐업했다. 컵밥집 사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에도 요식업을 했었는데 그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이화여대 정문 앞 3층 짜리 건물이 텅 비어 황량하다. /천민아 기자

정부는 소상공인들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코로나 지원금을 집행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재난지원금 기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 정부는 돈을 집행하는 데만 급급해 자영업자 상황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각 지역 상황은 동사무소 직원들이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며 “지자체가 실태 파악을 하고 일부 재정도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