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2차전지·탄소배출권 등 친환경 종목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최근 안정적인 수익률과 더불어 글로벌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지원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개별 기업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2~30일) 국내 투자자는 ‘글로벌X 리튬& 배터리 ETF’를 1,168만 달러(약 136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X 리튬& 배터리 ETF’는 리튬 채굴 기업부터 2차전지 제조 기업까지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글로벌 밸류체인에 투자한다. 글로벌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 클린에너지 ETF’에도 1,042만 달러(약 121억 원)가 순유입됐다. 이들 ETF는 이달 변동성 장세에서도 자금 유입이 지속되며 미국 다우지수 수익률(1.49%)을 뛰어넘는 2.11%와 2.58%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개별 기업에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술 사기 논란으로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 중인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에는 이달 들어서만 3,660만 달러가 몰렸는데, 같은 기간 주가가 14%나 급락했음에도 수소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며 ‘서학개미’의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이외에도 바이오플라스틱 기업인 대니머 사이언티픽(2,892만 달러), 미국 수소 에너지 기업인 플러그파워(1,082만 달러), 전기차 충전소 관련 기업 차지포인트(1,063만 달러) 등에도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블랙록·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친환경 산업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관련 종목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파리 협약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0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또 최근 블랙록과 테마섹은 탈탄소 관련 파트너사를 설립하고 6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손하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에서는 투자 자산을 평가할 때 탄소 배출량 등의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더 많은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탄소 감축 노력을 확대하고 있고, 각국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질 경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에너지 전환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탄소배출권 역시 주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국내 투자자가 930만 달러 규모를 순매수한 탄소배출권 선물 추종 ETF인 ‘KFA 글로벌 카본’은 이달에만 10.96% 올라 처음으로 4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었고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 업종이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위험 분산 효과가 우수한 특징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친환경 정책 모멘텀에 대한 투자는 특성상 시장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태양광·풍력 관련 기업들의 주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탄소배출권 ETF는 금융시장의 변화와 상관없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방향성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