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10대 형제가 자신들을 손수 키워온 할머니에게 흉기를 수십 차례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할머니가 잔소리하고 심부름을 시켜서 짜증이 났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30일 존속살인 혐의로 고등학교 3학년 A(18) 군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B(16) 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0시 10분께 서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흉기로 할머니(77)의 얼굴과 머리, 어깨, 팔 등 전신을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현장을 할아버지(92)가 목격한 뒤 같은 날 0시44분께 "손자가 흉기로 아내를 여러 번 찔렀고, 아내 옆에 못 가게 한다"고 경찰에 신고 했다. 현장에 119 구급대가 도착해 CPR을 실시하며 할머니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집 안에 있던 A 군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동생 B 군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긴급 체포했다. B 군 역시 범행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 형제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조부모와 생활해왔다. 할머니는 2007년 9월, 할아버지 역시 2001년 2월 신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가정 형편도 어려워 관할 구청 측은 2013년부터 기초생활 수급 가정으로 지정했고 최근에는 월 185만 원을 지원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도 공동정범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부검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