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수집했던 문화재와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연구하기 위해 내년에 5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예산안에는 눈에 띄는 이색 사업이 담겨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 회장의 유족들이 기부한 문화재와 미술 작품 관리를 위한 등록·연구 비용과 시설 개선을 위해 33억 원을 편성했다. 국립중앙박물관 9,797건, 국립현대미술관 1,226건 등 총 1만 1,023건의 등록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조사·연구를 위한 인력 채용, 장비 구입, 연구 용역 등을 추가 지원한다. 기증품 규모가 방대해 오는 2026년까지 DB 구축과 기초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 이건희 컬렉션은 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가 지정 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포함해 다수의 국보급 기증품으로 구성됐다. 피카소·달리·르누아르 등 서양 미술사 거장의 그림 역시 즐비하다.
대국민 공개 전시와 지역 특별전에는 25억 원이 쓰인다. 정부는 일반 국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올해 특별 공개전에 이어 내년에는 연합 특별전, 미술품 특별전, 지역 특별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건희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내년 중 국립현대미술관, 지방 공공 미술관과 공동 기획전을 추진한다. 이 회장 유족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등에 작품을 분산 기증했는데 대표작들을 모아 내년 4월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합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작품을 산하 지방 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는 지역 특별전도 추진한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사업은 180명의 예산실 직원들이 선정한 최고의 예산 사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1년간 달 궤도를 돌면서 고해상도 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등으로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할 달 궤도선(KPLO) 발사에 198억 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왔는데(총예산 2,367억 원) 내년 중 궤도선 개발을 마치고 8월에 미국 스페이스X사 서비스를 이용해 발사할 계획이다.
MZ세대 장병들의 위생과 병영 생활 여건 보장을 위해 37억 원을 들여 전체 병영 생활관에 비데 1만 5,351대(변기 수의 30%)를 설치한다. 또 천연기념물 제331호인 점박이물범 개체 수 보전을 위해 5억 원을 편성해 인공 쉼터 보수공사를 하고 명태·청어 등 먹이 자원(수산 종자)을 방류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전파탐지기를 구입(9억 7,000만 원)하고 국제 공조 담당 경찰관을 단기 파견하는 등 총 12조 4,000억 원을 책정했다.
한편 정부는 예산편성 전 과정에서 수요 현장 간담회, 찾아가는 지방재정협의회, 분야별·권역별 예산협의회 등을 통해 다양하고 생생한 국민들의 의견을 현장에서 직접 수렴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과 최상대 예산실장이 실무자들과 전국을 다닌 거리는 7,60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