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 기술로 소재 자립…'도금액' 전량수입 벗어나야죠”

반도체 구리 도금액 국산화 이민형 생기원 수석연구원
매년 1,000억 원 어치 전량 수입
원천 기술 개발 후 중기에 이전
외국산 비해 생산성 50% 높아
대기업서 시험 평가… 내년 양산

이민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사진 제공=생기원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도금액은 제조 공정 중 유일하게 전량 수입하는 소재입니다. 반도체 도금액 개발로 소재 자립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반도체 구리 도금액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의 이민형(사진) 수석연구원은 31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정 효율을 높이는 도금 원천 기술이 수입 대체 효과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신제품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생기원은 이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반도체용 구리 도금액 원천 기술을 개발해 중소기업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구리 도금액은 기판(웨이퍼) 위에 새겨진 회로 패턴을 도금해 이 부분만 전기적 특성을 띠도록 만드는 공정에 사용된다.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초미세 회로 위에 도금막이 평평하게 입혀져 전류가 고르게 전달되도록 만드는 게 핵심 기술이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구리와 주석 도금액으로 매년 전량 수입되는 물량은 각각 1,000억 원어치 정도다. 그는 “시장이 아주 크지 않아 국내 대기업은 손대지 않고 중소기업도 기술을 축적한 일본이나 미국 기업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뿌리기술연구소 내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팀은 지난 2016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3년 동안 1만 5,000차례 실험 끝에 고성능 구리 도금액을 개발했다. 그는 “도금막이 볼록하지 않고 평탄하게 퍼지고 공정상 도금막 생성 속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며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유기 첨가제 7~8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실험을 끊임없이 반복해 황금 비율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제 제조 기업 테스트 중인 구리 도금액은 최대 분당 3㎛(마이크로미터)의 고속 도금 공정에서 도금 두께 편차가 2% 이내의 평탄도를 나타냈다. 이 연구원은 “평탄도는 글로벌 제조사와 견줄 만한 수준”이라며 “도금 속도도 빨라 국산을 적용할 경우 생산성이 외국산과 비교해 50% 향상됐다”고 말했다.


국내외 특허 9건을 등록한 구리 도금액 기술은 지난해 12월 국내의 소재 전문 기업에 이전된 후 출시된 제품이 대기업 반도체 공정에서 시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평가 결과는 긍정적”이라며 “내년쯤 양산을 시작해 국내 제조 공정에도 투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석·박사까지 취득한 이 연구원은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에서 10여 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10년 생기원에 들어왔다. 주석 도금액 개발에도 착수한 그는 “과거 좋은 제품은 사다 쓰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우리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만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수요가 없어 기술이 사장되는 상황이 개선되고 연구자들에게도 연구 기회가 폭넓게 주어진다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 활용 가능한 주석·인듐 도금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그는 “수소 촉매 전극에 쓰이는 부품 도금액이나 철강 도금액 등도 도전 분야”라며 “도금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사진 제공=생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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