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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의 귀재’라 일컬어지는 차석용 LG생활건강(051900) 부회장이 미국 프리미엄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를 품었다. 글로벌 럭셔리 헤어케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를 인수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미국의 프리미엄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Arctic Fox)를 보유한 보인카(Boinca)의 지분 56%를 1억 달러(한화 약 1,170억 원)에 인수했다고 31일 밝혔다.
알틱폭스는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된 브랜드로, 주력 상품은 고급 패션 염모제다. 100% 비건을 콘셉트로 하고, 크루얼티프리(공정 단계에서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다. 또 식물 기반의 헤어 라이트닝 제품, 드라이 샴푸, 헤어크림, 염색 도구 등 총 5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알틱폭스는 디지털 소통과 마케팅 역량이 뛰어나 MZ세대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2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그 결과 지난 3년간 평균 89%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알틱폭스를 운영하는 보인카의 지난해 매출은 3,646만 달러로, 지난 2018년 835만 달러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지난달 23일 기준 헤어 컬러 제품군 중 1위에 기록했고, ‘샐리 뷰티’에서 1위, ‘얼타 뷰티’에서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주요 판매 채널에서 상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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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알틱폭스의 브랜드 경쟁력은 LG생활건강이 앞으로 해결하려는 과제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초 비건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처음으로 비건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했다. 앞서 차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진화하는 고객을 정확히 감지해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MZ세대에게 익숙한 라이브커머스 실행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이번에 인수한 알틱폭스의 미국 내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하이엔드 패션 헤어 케어 시장에 진출하고 사업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헤어 케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90조 원 규모로, 이 중 고가의 ‘프리미엄 헤어케어’ 시장이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80%는 대중적인 ‘매스 헤어케어’ 시장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이번 인수가 또 한 번의 M&A 신화를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차 부회장은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3,136억 원에 인수하며 음료 사업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더 페이스샵(4,689억 원), 2012년 긴자스테파니(1,588억 원), 2013년 에버라이프(3,294억 원), 2014년 CNP코스메틱스(742억 원), 2019년 더 에이본 컴퍼니(1,450억 원), 2020년 피지오겔(1,923억 원) 등 총 25건 이상의 공격적인 M&A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