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료계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이필수(사진)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가 ‘투쟁’보다 ‘협상’을 강조하면서 결과적으로 법 처리를 허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일 수술실 CCTV 설치법 관련 성명을 통해 “CCTV 법안 통과로 의료계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설 것이며 법안을 합리화한 국회 바람과 반대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질 것”이라며 “법안에 찬성한 135명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성 범죄와 경제 사범, 청탁의 온상으로 매일 뉴스를 가득 메우는 국회의원들 집무실이야말로 24시간 감시의 대상이 아니겠는가”고 꼬집었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의협 집행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의 한 전문의는 “설마했는데 통과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급하게 밀어 붙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의협이 좀 더 강하게 반대를 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화와 협상 전략이 통하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강경 투쟁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니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임 최대집 회장이 집행부를 이끌었다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협 대의원회도 집행부에 강한 대응을 주문하는 분위기다. 대의원회는 “헌법 소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회원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집행부는 투쟁을 위한 행동 절차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1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문제를 협회와 의료계 힘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으며 정치권과 각계각층 나아가 우리 국민들에게 의료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또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의협은 헌법 소원 등을 통한 법적 투쟁을 통해 유예 기간 2년 동안 법안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