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해' 백광석·김시남…재판서 "쟤가 죽였다" 서로 책임 떠넘겨

백광석·김시남, 지난 7월 과거 동거녀 중학생 아들 살해 혐의
유족 측 "피고인들, 형량 감경 목적으로 책임 회피" 지적

제주 중학생 살해범인 백광석(왼쪽)과 김시남.

과거 동거녀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백광석(48)과 공범 김시남(46)이 첫 공판에서 상대방이 살인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백광석과 김시남에 대한 첫 공판이 1일 오후 열렸다. 백씨는 김씨와 지난 7월 18일 오후 3시 16분께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침입해 이 집에 사는 과거 동거녀 A씨의 아들 B(16)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공판에서 백씨와 김씨는 둘 다 B군 살해 현장에 있었고 사건 당시 역할을 분담했던 사실을 인정했지만, 사전에 살인을 공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백씨는 "피해자의 목을 처음 조른 것도, 피해자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 목을 졸랐던 것도 모두 김씨로, 이는 자신과 합의된 사안이 아니었다"며 "김씨가 당시 사건 현장에서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나는 김씨가 살인에 착수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또 "이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니다"라며 "김씨에게 살해를 부탁한 사실도 없고, 단지 김씨에게 피해자를 제압하는 것만 도와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백씨 뒤를 쫓아 집 안으로 침입했을 때 피해자가 백씨를 향해 욕을 하고 있어 피해자를 말리면서 붙잡았다"며 "백씨는 그 틈에 아래층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 옆에 두고, 다락방 안에 있던 둔기로 피해자를 내려쳤다"고 말했다. 김씨는 "피해자와 백씨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백광석을 몸으로 누르려고 하자 내가 뒤쪽에서 피해자를 제압해 무릎을 꿇렸다"며 "이어 백씨가 탁자 위에 있던 허리띠를 꺼내 피해자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백씨가 아래층에서 테이프를 가져오자 피해자를 함께 결박하고 먼저 현장에서 빠져나왔다"며 "또 김씨로부터 이 사건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았고, 제압하는 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공동주거침입 혐의는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아울러 황토색 수의를 입고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백씨와 김씨는 "피해자와 유족께 너무 죄송하다"며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 측 변호사는 "결정적으로 살인에 얼마나 가담을 했는지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피고인들이 형량 감경을 목적으로 상대방이 살인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유족은 이 사건 이후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며 "특히 피고인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만큼 부디 재판부에서 높은 형벌을 내려주시기를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