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때문에 자주 밤잠을 설친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다가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현상, 즉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요.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을 경고하는 신호이자 전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도가 좁아지면 목젖이 떨리면서 코를 골게 되는데, 그러다 기도가 완전히 막히게 되면 그때 호흡이 멈추게 되는 겁니다.
이 같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먼저 비만을 들 수 있습니다.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죠. 비만한 사람들이 코골이가 잦은 이유는 기도의 음압 저항성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숨을 들이마실 땐 내쉴 때보다 기도가 좁아지게 되는데, 배와 목 부근에 살이 많으면 그 살이 기도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죠. 그러면 기도가 더욱 좁아지면서 코를 골게 됩니다. 잦은 술?담배로 기도가 손상되거나 노화로 인해 기도의 음압 저항성이 약해질 때도 코골이를 할 수 있습니다. 또 턱이 좁거나 뒤로 들어간 무턱인 분들도 수면무호흡증에 취약한 편입니다. 누워서 자게 되면 중력에 의해 혀나 목젖이 기도 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턱이 작거나 무턱인 분들에겐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죠.
수면 도중 호흡이 멈추면 각성 현상이 일어납니다. 다시 숨을 쉬기 위해 우리 뇌는 호흡중추를 자극하며 기도 근육에 신호를 보내게 되죠. 자다가 몸을 자주 뒤척이는 것도 각성 현상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잦은 각성은 숙면을 방해하며, 꿈을 꾸는 단계이자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렘수면을 건너 뛰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낮에 자주 졸리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치 않을 수 있죠.
수면무호흡증은 심혈관?뇌혈관계 질환 등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고 심한 경우 급사까지 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입니다. 따라서 코골이가 심한 분들은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죠. 하지만 수면다원검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 검사가 잠을 자는 전 과정을 지켜봐야 하다 보니 병원에서도 하루에 4~5명의 환자밖에 받지 못 하는 상황이죠. 환자들이 검사를 예약하면 기본 대기 시간만 거의 한 달 가까이 됩니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선 평소 자신의 수면 습관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수면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밤새 녹음기를 켜놓고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만으로는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고요. 잠자리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있다 해도 밤새 뜬 눈으로 지켜보며 점검해주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해줄 수 있는 스마트한 창구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다행히 현재 AI 기술을 활용해 집에서도 수면 중의 호흡을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 기기가 상용화된다면 환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자신의 수면 상태를 매일 점검할 수 있게 되죠. 이는 진료 현장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겁니다. 물론 AI 기기가 수면다원검사만큼 정밀한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그 전에 환자들이 어느 정도 스마트한 AI 기능이 탑재된 기기를 가정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의료진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환자들의 수면 패턴과 경향성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하는 것은 말로 진료하는 것과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일례로 저희 병원에선 식사량, 신체 활동량 등 라이프 스타일을 관리할 수 있는 자체 개발 모바일 앱을 병원 전자의료기록(EMR) 시스템과 연동시켜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 상태를 추적하고 있죠. 그간의 진료 상황을 분석해본 결과, 실제 모바일 앱을 사용한 그룹이 체중 감소 성공률이 더 높았으며 코골이 시간도 더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수면의 질을 점검할 수 있는 AI 기기까지 출시된다면 보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환자들이 수술 치료나 양압기 혹은 구강내 장치를 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기 전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테고요. 홈 케어와 병원 케어가 효과적으로 병행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