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8월 민간고용이 37만4,000명 증가했다고 나왔음에도 나스닥이 0.33%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소폭 상승 마감했습니다. 9월 약세론에도 나스닥과 S&P500은 상승했는데요.
민간 고용증가분은 예상치(60만 명)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증시에 부담이 됐을 텐데 지금은 다릅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나쁜 경제지표가 시장에는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죠. 정반대인 겁니다. 3일 8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오늘은 고용과 증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날 나온 민간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전미 고용보고서는 명확히 실망스러운 수치입니다. 예상치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데다 7월 수치도 4,000명 줄어든 32만6,000명으로 조정됐기 때문인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서비스 분야에서의 증가분이 32만9,000명으로 좋았지만 노동부의 7월 고용보고서만큼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크기별로는 소기업(50인 미만)이 8만6,000명, 중기업(50~499명) 14만9,000명, 대기업(499명 이상) 13만8,000명으로 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약했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전체적으로 약하면서 기대에 못 미친 실망스러운 숫자”라며 “소기업이 델타변이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정반대의 신호가 됩니다. 현재 테이퍼링 계획 발표시점과 관련해 11월을 중심으로 9월이냐, 그것도 아니면 12월이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고용시장이 나쁘면 나쁠수록 연준이 테이퍼링 발표시점을 뒤로 미룰 것이기 때문이죠. 앞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올해 테이퍼링을 개시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와 리스크를 보겠다고 했습니다.
월가에서 9월 발표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이 한결 같이 8월 고용보서가 매우 강하다는 전제를 달고 있습니다. 예상을 크게 밑돈 민간고용이 투자심리에는 도움이 되는 이유인데요. ‘실망스러운 고용=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라는 공식이 생깁니다. 마이크 뢰벤가르트 E트레이드 투자전략 매니징 디렉터는 “약한 고용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시장에 좋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좋지 않은 경제지표보다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더 큰 베팅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앞서 컨퍼런스보드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13.8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66.8로 전월의 73.4보다 하락했습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안 좋은 소식이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서 하나 짚어야 할 게 일자리와 관련해 중요한 자료는 3일 나오는 노동부의 고용보고서라는 점입니다. ADP는 민간만 다루기 때문에 정부 부문 일자리가 빠집니다. 그럼에도 ADP를 보면 대략 고용보고서의 추세를 알 수 있기에 의미를 부여해온 것이죠.
다만, ‘3분 월스트리트’에서 수차례 말씀드렸듯 코로나19 이전에는 비슷했는데 최근에는 격차가 많이 납니다. CNBC에 따르면 팬데믹 전에는 ADP 자료와 노동부 고용보고서 상의 민간일자리를 비교하면 월 평균 6만5,000개 정도의 오차가 있었는데, 코로나19 기간에는 85만1,000개로 폭증합니다. 최근 3개월을 비교하면 33만7,000개로 줄어들지만 차이가 여전히 큽니다. 70~80만개 늘어나는데 30만개 이상 오차라면 이건 오차가 아니라 아예 틀리다고 할 수 있겠죠.
이번 8월 ADP 보고서를 보면 ①8월 고용보고서 수치가 나쁠 수 있다 ②안 좋은 고용은 증시에 나쁘지 않다 ③방향이 비슷하지만 ADP와 실제 고용보고서는 다를 수 있다는 세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의 8월 고용보고서 추정치는 72만 개 수준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ADP에서 보듯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있으며 적게 나오면 50~60만 개 정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CNBC는 점쳤는데요. CNBC는 “(9월) 개학을 앞두고 교육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며 “ADP는 정부 분야가 빠져 있어서 실제 고용보고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고용보고서도 시장 추정치와 다를 때가 많아 3일 발표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가 좀 더 느려지더라도 고용은 계속 회복한다는 점입니다. 1달에 늘어날 고용이 2~3달에 걸쳐 늘어날 수는 있어도 그 방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죠.
실제 주요 기업들의 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날 월마트는 할로윈과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쇼핑시즌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2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직원과 파트타임인데요.
아마존도 수만 명 수준의 채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금융사 피델리티도 개인투자 열풍에 올해 직원 9,0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는데요. 델타변이 확산으로 인한 타격이 있겠지만 전반적인 일자리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소비유지에 매우 중요한데요. 잭 클레인헨즈 전미소매연합(NR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녀세액공제와 정부 부양책이 올해 소비자 지출을 늘리는데 도움이 됐지만 부양책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미국 경제는 일자리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대규모 채용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날 “월마트의 대규모 채용계획은 가격과 임금인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클레인헨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금 고용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향후 몇 달 간 더 높은 인플레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임금인상은 결국 기업의 수익을 줄이거나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높은 인플레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요소가 되지요.
실제 임금인상 바람이 계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치폴레와 맥도널드에 이어 약국체인인 월그린과 CVS가 몇 달 내 시간당 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속적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핵심인 만큼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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