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2.9%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성공해 총 1조 1,000억 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한 달이 못되어 초기 기관투자자들이 줄줄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장 시작 직후 7%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2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전일 장 종료 직후 우정사업본부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보유지분 2.9%(1,368만 383주)에 대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 할인율은 9.9%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우정사업본부는 총 1조 944억 3,064만원의 현금을 꿰찼다. 우본은 카카오뱅크 초기 투자자로 2015년 9월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하던 카카오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우본은 당시 자본금 3,000억원 가운데 120억원을 출자했는데 이번 잭팟으로 1조원 이상 수익을 남겼다.

업계 예상과 달리 블록딜은 성황리에 마감됐다.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제시한 한 주당 할인율은 전일 종가(8만8,800원) 대비 9.9%에서 최대 13.9% 밴드 사이였다. 가장 최저 할인율에 매수 주문이 이어진 셈이다. 경쟁률은 5:1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물량이 큰 데다 최근 기관투자자의 카뱅 매도가 있었기 때문에 소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전일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의견을 사실상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중립’으로 낮췄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카카오뱅크에 대한 매력이 선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우본은 오는 6일 1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되기 전 처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3개월, 6개월 보호예수가 끝나기 전 이 같은 대량 매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우본과 마찬가지로 초기 투자자인 넷마블은 지난달 25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총 5,632억 원을 장내 에서 한꺼번에 팔았다. 넷마블은 아직 1.6%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 물량이 나올 수 있다.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은 기관 중 일부는 이미 매도를 예고했다. 상장 전부터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로는 대주주인 카카오를 비롯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서울보증보험, 이베이코리아, 예스24 등이 있다. 이 중 예스24는 약 5,000억 원(1.2%)에 달하는 카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를 매각해 1,000억 원에 달하는 파주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 비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상장 당시 국내 기관 투자자 중 14.07%는 의무보유 기간을 3개월까지만 확약했다. 텐센트 등 해외 기관중에는 72.64%가 의무보유를 확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