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신 1,500만회분 못쓰고 버렸다…"실제 더 많을 것"

CDC 집계 분석…"실제 폐기량 훨씬 많을 것"
전문가 "부자 나라가 일단 사들여 문제" 지적

지난 4월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병원에서 한 의사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버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올해 3월 이후에만 최소 1,500만회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에 풀린 전체 백신 중에서는 극히 일부지만 아프리카 극빈국에서는 여전히 백신 부족에 허덕인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를 토대로 올해 3월 1일부터 8월까지 미국 주 정부, 약국 등에서 못쓰고 버려진 백신이 1,510만회분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이며,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보고한 자료인 데다 주 정부의 집계 누락 등을 반영하면 실제 폐기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NBC는 지적했다.


4대 약국 체인 중에서는 월그린스가 260만회분을 폐기해 가장 많았고, CVS 230만회, 월마트 160만회, 라이트에이드 110만회 등으로 집계됐다. 월별 폐기량을 보면 3~4월에는 각각 수십만회분에 머물다가 5월 100만회를 넘어서더니 6월 440만회, 7월 470만회로 급격히 뛰어올랐다. 8월에도 380만회분이 폐기됐다. 폐기 사유는 백신 유리병이 파손되거나, 희석할 때 착오가 생기거나, 냉장 유지가 안되거나, 유리병에 과다 주입되는 경우 등이었다.


영국 워릭대 샤리파 세카라라 교수는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5%에도 못미치는 와중에 백신이 폐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비극"이라며 "이는 엄청난 불평등이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CDC 관계자는 "폐기되는 비중은 극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이는 백신 폐기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는 연방 정부, 지역 당국, 백신 공급처 사이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미국 내 배포된 백신은 4억3,800만회분(8월 31일 현재)이며, 미국이 다른 나라에 보낸 백신도 1억1,000만회분(8월 3일 현재)에 달한다.


미국이 백신을 무더기로 폐기하는 건 "구조적으로 예상됐던 일"이라고 세카라라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부자 나라들이 일단 백신을 사들인 다음, 혹시 남게 되면 그제야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 현재 시스템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에서 델타 변이가 급속히 퍼지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는 와중에 백신이 버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NBC 방송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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