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도시정비법 개정 과정에서 지방세 감면 조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지자체와 납세자 간 불필요한 소송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행안부를 대상으로 한 ‘개발 사업 분야 등 취득세 과세 실태’ 감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주택재개발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재개발사업’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요청받았다. 재개발사업으로 통합될 경우 기존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취득세 감면 대상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행안부 담당자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임의 판단해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이후 도시정비법 개정이 시행된 뒤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이 취득세 감면을 받았고 결국 104억여 원의 지방세수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이 과정에서 취득세 감면 대상이 아니라고 자체 유권해석을 내리고 서울시 등 지자체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납세자는 소송으로 맞섰고 조세심판원과 대법원은 지방세 감면이 옳다고 판시했다. 결국 지방세수 감소는 물론 납세자와 불필요한 행정소송까지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또 행안부가 재건축 조합의 비조합원용 토지에 대한 과세 방식을 제대로 명문화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앞서 “행안부가 기존 유권해석에 따라 재건축 조합의 비조합원용 토지에 안분 방식(비조합원용 토지를 신탁과 매입 토지의 비율로 나누고 그중 신탁 토지를 과세 대상으로 함)으로 과세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행안부는 이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데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행안부에 “지방세 행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과세 기준을 명문화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