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극자외선(EUV) 반도체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대만 공장에서 EUV D램을 처음 양산할 계획이다. TSMC는 이미 최고의 EUV 인프라를 보유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국가 간 차세대 EUV 기술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국내도 저변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회사의 첫 EUV D램을 대만에서 생산한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중국 공상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24년 1감마(10나노급 6세대) D램을 대만 타이중 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며 “대만에서의 EUV 기술 연구 및 개발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올해 말 ASML의 신규 노광기기 NXE:3600D를 미국 마이크론 본사에 들이기로 했다. 이후 확보하게 될 EUV 노광기는 마이크론의 대만 D램 공장에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EUV 기술 역량과 인프라를 신뢰하면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세계 4위 D램 기업 대만 난야도 EUV 설비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 4월 난야는 3,000억 대만달러(약 12조 원)를 투입해 2024년부터 EUV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대만 신베이시에 짓기로 했다.
파운드리 분야 1위 업체 대만 TSMC의 EUV에 대한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에서는 EUV를 적용하는 7나노 이하 공정에서 전체의 49% 매출이 나왔다.
TSMC는 필수 장비인 ASML의 EUV 노광기를 80대 이상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반 기술 투자에도 열심이다. 회로 모양이 새겨진 마스크에 씌우는 덮개인 EUV용 펠리클을 자체 팹에서 생산해 수율과 공정 효율성을 대폭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EUV 공정은 2019년 삼성전자가 최초로 양산 공정에 도입했다. 그러나 미국에 본사를 둔 유력 반도체 제조사가 대만 EUV 인프라에 스스로 둥지를 틀고 TSMC를 필두로 대만 반도체 회사들이 차세대 노광 공정에 뛰어드는 등 현지에 EUV 생태계가 활발하게 조성되는 분위기다.
반도체는 칩 제조사와 소재·부품·장비 회사 간 끈끈한 협력이 중요하다. 차근차근 첨단 인프라를 확보하는 대만이 경쟁에서 우위를 지닐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물론 국내에서도 EUV 생태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프에스티·에스앤에스텍 등 국내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EUV D램 양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도 내부에서 차세대 EUV 소재를 연구할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에 비해 인력과 인프라 투자 측면에서 다각적이고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는 “ASML의 EUV 노광기 절반을 TSMC가 확보하고 있으니 생태계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만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EUV 공정에 필요한 요소를 전량 수입하게 되면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