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최 모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증언의 신빙성'을 두고 대법원에서 돌려보내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파기환송심에서, ‘증언의 오염’을 둔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공판을 열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과 함께 보석으로 석방된 김 전 차관은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 취지가 증인 최모씨에 대한 사전면담 시점, 방법, 내용 등에 대해서 구체적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면서 “1심 및 항소심에서 검찰 사전면담 관련 자료를 정리된 입장으로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사전면담은 수사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면담 과정에서 있었던 것을 속기로 정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이후 핵심 증인 최씨가 한 언론사와 한 인터뷰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 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압박과 회유가 없었다고 한 내용 있어 해당 내용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언의 오염’이라는 표현을 두고 검찰은 “오염됐다는 말을 반복하는데, 1·2심 법정 증언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두고 회유·압박이 있었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 모든 형사사건에 모든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차관 측은 해당 최씨의 증언을 아예 배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오히려 검찰 측이 사전면담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 밝혀야지 증인을 통해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 측에서 사전 면담에 무엇이 있었는지 밝혀야한다”고 반박했다.
김 전 차관은 2000∼2011년 '스폰서' 노릇을 한 건설업자 최씨로부터 4,3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지난해 1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문제는 1·2심에서 핵심 증인으로 지목된 건설업자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검사의 '사전면담' 이후 입장을 바꿨다는 점이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증언의 신빙성’을 두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상고심 재판부는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 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 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해야 한다”며 김 전 차관의 유죄 판결 근거가 된 증언에 대해 엄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검찰과 면담 직후 최 씨가 차명 휴대전화와 관련된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구체화한만큼,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