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당해도 대응 못했다”…명품매장 여직원들의 ‘눈물’

샤넬 노조 직장인 설문 결과 보니
61% “성희롱·성차별 직·간접 경험”
피해 입어도 10명 중 8명 무대응
“가해자·따돌림·불이익 두렵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샤넬 성희롱 근절 시스템 만들기 위한 토론회'에 샤넬 종이 가방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직원을) 백화점에서 자주 마주쳐야 하니 ‘피하고 말자’는 심정으로 10년을 참았습니다.”


“한 중년 남성고객은 외모를 지적하고 ‘임신했는데 왜 매장에 나왔느냐’고 막말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샤넬코리아지부가 지난달 31일 사내 성희롱 근절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공개한 샤넬 직원 설문조사 일부다. 이는 샤넬뿐만아니라 동료, 직원, 고객으로부터 성차별과 성희롱을 겪어도 참고 지내는 우리 직장의 민낯이란 지적이다.


노조가 7월19~26일 샤넬 판매서비스 직원 328명(여성 297명, 남성 9명, 미상 22명) 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직·간접 경험한 직원은 199명으로 비율로는 60.7%였다. 199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묻자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153명)가 가장 많이 꼽혔다. 32명은 ‘성적 요구 불응을 이유로 고용과 평가에서 불이익까지 줬다’고 답했다.


성차별과 성희롱을 한 사람(복수응답)은 본사 직원이 7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객이 42.8%로 뒤를 이었다. 백화점 등 여러 매장 직원들이 고객의 갑질로 피해를 입는 사례는 알려질 때마다 공분을 사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우려는 피해를 입어도 대응을 못하는 직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성차별과 성희롱을 경험한 직원 177명 가운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76.8%로 절반을 넘었다.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가해자를 다시 대하는 게 불편하다’가 53%, ‘처리과정에서 받을 정신적 스트레스가 두렵다’가 47.6%, ‘회사가 가해자 편을 들 것 같다’가 41.1%였다. 따돌림 걱정(34.5%)과 징계, 해고와 같은 불이익 걱정(31%)도 낮지 않았다.


이번 토론회는 샤넬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열렸다. 경찰은 올해 5월 샤넬 본사 직원인 40대 남성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년간 샤넬 매장 여직원 10여명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직원이 10명 중 3명도 안 됐다”며 “사측은 조사위원회 설치 등 피해자를 중심으로 현재의 성희롱 대응방안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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