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장기화되겠구나 싶었던 2020년 여름. 생강 에디터는 밀키트를 이것저것 사보기 시작했어요. 외출 않고도 간단하게 집밥 하기 좋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쓰레기. 겉 포장재부터 재료 하나하나 나눠 담은 비닐 포장재까지 쓰레기가 너무 많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밀키트를 끊었다가 최근에 신박한 스타트업을 찾았어요. 포장재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feat.생분해비닐) 심지어 메뉴까지 비건인 밀키트를 만드시고 있지 뭐예요!
오늘의 주인공은 'VARO'. 이원정 대표님(사진)과 비건 카페에서 만났어요. 본인이 불편한 걸 해결하려고 사업 시작하는 경우 꽤 있잖아요. VARO가 딱 그런 사례. 이 대표님이 원래 비건이다보니 먹는 문제가 제일 고민스러웠거든요. 처음에는 신촌 비건 식당인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의 우민주 쉐프님과 메뉴를 개발했어요. 이후엔 '다이너재키' 같은 비건 식당과 손잡고 메뉴를 고안했구요.
지금까지 나온 메뉴는 궁중떡볶이, 시래기 감자탕, 보호삼이탕, 들깨버섯크림파스타, 납작당면잡채덮밥, 유자샐러드파스타, 모둠버섯전골 등. "비건들은 어쩔 수 없이(?) 요리를 잘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요리잘알들도 손이 많이 가서 만들어 먹기 어려운 메뉴를 중심으로 고안했다"는 게 대표님의 이야기예요.
비건 밀키트 시장의 주된 타깃은 아무래도 비건 인구가 집중된 2030세대. 1인 가구도 많으니까, 요리를 하기 어려운 이들이 간단하면서도 만족스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그릇 요리를 중심으로 메뉴를 개발했대요. 그런데 의외로, 젊은 비건층 외에 "(비건이 아니지만)육아하느라 요리하기 어려운 분들, 건강식을 원하는 분들, 식단 조절이 필요한 분들의 유입이 꽤 됐다"는 설명.
VARO의 또 다른 강점은 포장재! 겉 포장은 종이봉투, 식재료가 담긴 비닐은 생분해비닐(EL724·아래 설명 참고)이에요. 다만 열 가공이 필요한 소스 포장재만은 아직 대안이 없어서 일반 비닐을 사용 중. 택배 박스는 당연히 테이프가 필요 없는 날개박스, 아이스팩은 유니소재 필름(=재활용, 재사용 가능)에 물을 채운 제품을 쓰고요.
VARO는 다양한 채식의 경험을 제공하고, 채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사업 목표를 갖고 있어요. 사실 비건 식당도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까, 수도권에서도 홍대나 이태원에 몰려 있으니까(ㅠㅠ), 비수도권에선 비건으로 살기가 참 힘들잖아요. 하지만 VARO는 전국 어디든 배송이 돼서 접근성이 높아요(더 자세한 정보는VARO 인스타 계정).
이 대표님은 앞으로 매번 주문하기 귀찮은 분들을 위한 “정기구독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하셨어요. 그 다음으로는 대형 유통플랫폼에 입점하고, 학교나 기업 구내식당 등으로 B2B(기업->기업) 시장을 확보하는 게 목표예요. 다행히 최근 일부 학교, 기업 급식당에서 '채식의 날'을 정한다거나 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비건 밀키트 사업이 어려운 부분은 뭘까 궁금해졌어요.
아무래도 비건 음식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1등. 그 다음으로는 "사람마다 다른 입맛이 고민"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사람마다 짠맛, 단맛에 대한 기준이 다르니까요. 비건과 논비건의 입맛도 다르고요. "비건들은 어찌됐든 비건 밀키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맛에 대한 피드백 없이 알아서 조미료를 더해 드시기도" 한대요. 그 간절한 마음, 비건 입문자인 에디터도 조금 이해가 됐어요. 하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든다"는 게 이 대표님의 이야기.
인터뷰 전에 미리 VARO 제품을 주문해 먹어본 에디터 입맛에는 시래기감자탕의 채수가 조금 심심했는데, 이 대표님도 "감칠맛을 내는 게 최대 난제"라고 하셨어요.
가격도 고민이에요. VARO의 밀키트는 1인분에 7,000원 안팎이에요. 식재료 값, 그리고 일반 포장재보다 비싼 친환경 포장재 값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고 줄였지만(=VARO의 인력 총동원) 그래도 일반적인 밀키트보다는 조금 비싼 가격이에요.
대표님은 "일일이 소비자들의 양해를 구할 수는 없으니까 그만큼 좋은 제품으로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아직 조그만 우리나라 비건 시장이 얼른 쑥쑥 자라길 바랄 따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