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신한은행 신촌지점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근의 한 명문대에 다니는 대학생 A씨가 ‘어머니를 납치했으니 현금 1,000만원을 준비하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말에 속아 계좌에서 출금하려 한 것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직원은 바로 경찰에 신속히 신고했고, 선량한 대학생의 소중한 돈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손에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은행원의 순발력과 눈썰미 못지 않게 현장 출동한 경찰관의 숨은 공도 빼놓을 수 없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협박에 속아 경찰과의 대화를 거부하던 A씨를 출동한 경찰관은 30분 넘게 설득했다. 어머니와의 영상통화는 물론 주거지인 관할 지구대와도 공조해 거듭 어머니의 안전을 확인해주며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노련한 대처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소속 최연의(27) 순경. 그는 사실 지난달 20일에야 경찰에 정식 임용된 새내기 경찰관이었다. 지난해 12월 경찰시험에 최종합격한 뒤 중앙경찰학교에서 4개월간 교육을 거쳐 추가로 4개월의 현장실습을 받던 중이었다. 그가 은행에 출동했던 당시는 정식임용 전의 실습생 신분이었던 셈이다. 실습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한 대처를 보여준 최 순경을 만나 새내기 경찰관의 생활을 들어봤다.
최 순경은 실습과정에서 선배 경찰관들이 수차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덕분에 이번 사건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 지난달 사건에 앞서 6월에는 대출 사기 보이스피싱, 7월에는 검사 사칭 사건이 잇따라 있었고,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최 순경은 “요즘은 나이가 젊거나 좋은 대학을 나와도 누구나 언제든 보이스피싱에 걸려들 수 있다”며 “더욱이 휴대폰이 이미 해킹돼있다면 아는 번호로 발신번호가 뜨도록 조작할 수 있으니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흥가가 밀집한 곳에 위치한 신촌지구대의 특성상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여러 사건 사고도 많았다. 어느 날은 한 외국인이 ‘친구가 목숨을 끊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며 지구대를 찾아와 신촌 인근의 모텔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적도 있었다.
지구대 일상이 고되지만 그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든든한 동료 선배들 덕분이다. 신촌지구대 선배들은 코로나19 탓에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최 순경을 포함한 신입 순경들을 위해 ‘당신의 꽃길을 응원합니다’는 문구가 적힌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새 식구들을 격려해줬다. 그 덕에 최 순경은 지구대 생활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최 순경의 꿈은 ‘든든한 경찰관’이 되는 것이다. 그가 처음 경찰의 꿈을 꾸게 된 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최 순경은 고등학교 시절 어두운 골목길에서 한 남성이 끈질기게 쫓아와 연락처를 물어보는 바람에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있었다.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지만 한동안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그 이후 무서웠던 골목길이 ‘여성안심귀가길’로 탈바꿈하는 걸 보면서 경찰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됐다.
최 순경은 좀 더 경험을 쌓아 훗날 ‘경제과’에서 근무하는 게 목표다. 평소 금전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최 순경은 “사기를 당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는데 최대한 도움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싶다”며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은 언제든 경찰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