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백신 거부? 코로나는 北 내부통제 강화 기회"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제공=태영호 의원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거절한 데 대해 “코로나 위기는 북한에게 위기인 동시에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북한이 백신지원을 받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지난 1일 북한은 백신 297만 회분 지원을 거절했다.


태 의원은 5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거부한 이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국제 사회의 통념과 달리 북한 수뇌부가 외부 지원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북한에서 위기 극복의 중심에는 항상 수령이 있어야 하고 수령은 북한 주민들을 위기에서 구원하는 구세주가 되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의해 위기를 극복하는 순간 구세주로서의 수령의 권위는 허물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북한은 김정은의 영도로 세계에서 유일한 코로나 청정국가임을 내놓고 자랑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한 명도 없다는 기적 같은 현실’이 오히려 김정은에 대한 구심력을 강화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 위성사진 /영변 AP=연합뉴스

즉, 북한이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적과의 대결에서 승리해 얻은 전리품’ 형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태 의원은 “최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것 등도 이러한 북한의 협상술에 기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4년 전 핵 무력 완성 선언 이후 영변 원자로 가동을 멈췄지만 최근 이를 재가동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이 7월 초부터 냉각수 배출을 비롯해 영변 5MWe 원자로를 재가동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2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는 폐연료봉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 실험실이 가동된 정황도 관측됐다.


나아가 코로나19 위기가 오히려 내부 통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코로나 위기가 닥치면서 코로나에 대한 공포증을 확대하여 국경통제와 국내 인원 유동을 철저히 통제하는데 성공했다”며 “북한군의 총탄도 두려워하지 않고 목숨 걸고 북중 국경을 넘나들던 수천 명의 밀수꾼들이 코로나가 두려워 스스로 밀수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 스웨덴, 독일과 같은 서구권 국가의 대사관이 잠정 폐쇄되면서 북한 정권에 불리한 소식이 외부로 나갈 루트가 차단됐다”며 “김정은 정권은 ‘고난의 행군’후 지난 30여 년 동안 날로 취약해지고 있던 국가의 강제적 행정 통제력을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되찾아 오는 데 성공했다”고 부연했다.



북한 청년절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시 안의 여러 곳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만경대혁명사적관, 청년운동사적관, 대성산혁명열사릉을 참관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청년 세대의 사회주의 사상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조선중앙통신은 오는 9월 말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 기구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청년교양보장법’ 채택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소위 ‘장마당 세대’로 알려진 청년 층을 대상으로 사상 단속에 나서기 위한 근거 법을 제정하려는 셈이다. 앞서 지난달 8일에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북한 당국이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을 타는 남한식 말투와 옷차림을 극도로 경계하며 '오빠'라는 세세한 호칭까지 단속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남편을 ‘여보’ 대신 ‘오빠’, 남자친구를 ‘남동무’ 대신 ‘남친’, ‘창피하다’ 대신 ‘쪽팔린다’, ‘그리고’ 대신 ‘글구’ 등으로 사용하는 주민들을 “혁명의 원수”라고 규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5년 남측 드라마나 노래를 보거나 듣기만 해도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형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태 의원은 “소량의 백신만 들어올 경우 백신 공급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어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북한의 이념을 훼손하고 통치 정당성을 잃을 위험이 따른다”며 “전 세계적으로 물량 공급에 여유가 생길 시점에 대규모로 받는 것이 김정은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소량의 백신을 공급받더라도 북한 내부 열악한 냉동시설 때문에 백신 보관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가령 화이자 백신은 냉동 상태에서 보관하고 냉장(2∼8℃) 상태로 해동해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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