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앙銀 “美 인플레 못잡으면 18개월 내 2008년 수준 금융위기 터질 것”

금리 인상땐 각국 부채 부담
"美 긴축 서두르지 않도록
인플레 추세 진정 필요"

엘비라 나뷸리나 러시아중앙은행 총재./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조기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새로운 위기가 18개월 안에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부채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경고다.


4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일 발간한 연간 통화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각국의 공공 및 민간 부문 부채가 글로벌 경제를 급속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상환에 허덕이며 오는 2023년 1분기에 2008년 금융위기에 맞먹는 새로운 금융위기가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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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은 또 “더 높아진 금리가 위험 자산 투매를 자극하는 만큼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1%로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자본의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긴축을 서두르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추세가 진정돼야 한다는 게 러시아 중앙은행의 판단이다.


물론 이 같은 예측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주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FT는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보고서에서 금융위기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해 말까지 사라지고 광범위한 경기회복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예측했다.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신흥국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FT는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로 올 2분기 생산량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 대열에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2%포인트, 2.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으며 브라질도 3.25%포인트 인상했다. 만일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높여야 한다. 이는 각국의 부채 위기를 폭발시킬 수 있다.


최근의 금리 인상에도 신흥국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브라질의 물가 상승률은 9%로 중앙은행 목표치인 3.75%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면서 “경제학자들은 기준금리가 현재 5.25%에서 연말 기준 7.5%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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