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횡보장이 장기화하면서 롱쇼트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롱쇼트 펀드는 매수(롱), 매도(쇼트) 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상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5월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내 편입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되면서 롱쇼트 펀드 운용상 유연성이 소폭 개선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공매도 부분 재개 전에 비해 운용 전략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며 “주식시장 전망이 보수화하면서 자금이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6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롱쇼트 펀드 설정액은 총 238억 원(9월 3일 기준) 증가했다. 최근 3개월 사이에는 276억 원이 순유입됐으며 연초 이후로는 350억 원이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2.14% 오르며 반등세를 보였던 지난주 사이에도 설정액이 36억 원 늘어났다.
지난해만 해도 롱쇼트 펀드는 ‘찬밥 신세’였다. 지난해 한 해에만 설정액이 총 557억 원 줄며 21%나 감소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강세장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롱쇼트 펀드는 단순히 시장 방향성을 맞추는 대신 매수·매도 포지션을 양쪽에 걸어 누적적으로 수익을 쌓는 상품이다. 특히 롱쇼트 공모펀드는 매도 포지션을 적극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위험 분산 차원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강세장에 적합한 펀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스피가 3,000~3,300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롱쇼트 펀드에 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20년부터 이어진 지속적인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주식시장 전망이 다소 보수적으로 바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롱쇼트 펀드 중 평균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는 상품도 나타나고 있다. 가령 ‘미래에셋스마트롱숏70자 1’은 연초 이후 11%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주식형 펀드(9.06%)를 앞질렀다.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도 올해 들어 9%대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롱쇼트 펀드는 벤치마크(목표·기준 수익률)가 있는 일반 펀드와 달리 전적으로 운용역의 재량에 의해 성과가 결정된다”며 “세부 전략에 따라 스타일 및 변동성이 아주 다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하나은행 등은 일부 롱쇼트 펀드를 중점 펀드로 두고 있다. 판매사 단위에서도 롱쇼트 펀드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보다 주력하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펀드 자금 유입을 주도했던 테마·섹터형 펀드들의 수익률 둔화와 자금 유입 감소, 향후 시장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은행·증권사 등 판매 채널에서도 주력 판매 상품의 성격을 다소 보수적으로 조정했다”며 “보험사·은행 고유 자금 등 기관 자금 역시 롱쇼트 펀드로 들어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5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로 인해 롱쇼트 펀드 운신의 폭이 소폭 넓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던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옵션 매도, 지수·대형주 선물 매도,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해 쇼트 포지션을 잡아왔다. 일부 대형주나 시장 전체에 대해서만 위험 분산이 가능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공매도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매도 포지션을 잡았던 것에 비하면 전략적인 선택지가 대폭 줄어들었던 셈이다.
그러나 공매도 부분 재개 후에도 운용 전략상 큰 변화는 없다는 게 롱쇼트 공모펀드 매니저들의 전언이다. 한 펀드 매니저는 “2020년부터 개인투자자가 대형주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내 기관 운용액 중 패시브 자금 비중이 커지면서 차입 매도 전략을 통해 추가 수익을 도모하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진 것 같다”며 “전략 확대 측면에서 부분 재개가 유리한 부분은 있을 수 있으나 성과 개선에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