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살인범’이 불붙인 ‘보호수용제’…이번에는 도입될까

지난해 보호수용법 논의 공전 후
강력한 재범 방지책 요구 거세져
법무부도 기존보단 긍정적 입장
강윤성은 6개 혐의로 검찰 송치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7일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전자발찌 훼손을 전후로 여성 두 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강력범을 일정 기간 격리하는 ‘보호수용소’ 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해 9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관련 법안 발의와 함께 도입 여론이 불거진 지 꼭 1년 만이다. 전자발찌 위주의 재범 방지책이 한계가 드러난 만큼 보호수용소를 도입해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 범죄 전과자를 별도 시설에서 수용·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 입장이던 법무부도 최근 진전된 입장을 밝히면서 과거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지된 보호감호제 이후 보호수용소가 새로운 재범 방지 수단으로 도입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강 씨에게 살인, 강도살인, 살인 예비,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이날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강 씨는 지난달 26일 4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29일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정 당국과 경찰이 강 씨의 전자발찌 훼손 전 첫 번째 범행 파악에 실패해 두 번째 범행도 막지 못한 것이 드러나면서 현행 전자감독제도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절단할 수 있는 전자발찌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보호수용제다. 보호수용제는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범을 형기 만료 후 일정 기간 보호 수용 시설에 수용하는 제도다. 지난 2005년 이중 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된 뒤 보호수용제 도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해 9월 조두순 출소를 석 달여 앞두고 안산 시민을 중심으로 도입 여론이 높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 의원들이 보호수용소 도입 법안을 3건이나 발의했지만 여전히 소관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보호수용소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발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을 고려해 선택지를 보다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보호수용소라는 중간 지대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제대로 교화해 사회로 복귀시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8~2020년 전자 감독을 받는 성폭력 전과자가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 경우는 총 179건에 달했다.


다만 한 차례 폐지된 보호감호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수용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명예교수는 “명확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추리고 수용 기간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등 인권 친화적인 방식으로 수용소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살인·성범죄를 두 차례 이상 저지르거나 13세 미만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한해 재범 가능성을 따져 보호수용소에 격리하되 일정 기간마다 심사해 가출소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도 3일 보호수용소에 관해 “관심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국회 등 관련 기관에서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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