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으로 여겨지던 세탁 서비스업에 비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이 생기면서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1인가구나 맞벌이 가구를 위한 수거·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모바일로 간편하게 신청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스타트업이 업계에 반향을 일으키면서다. 오프라인 점포위주 영업을 하던 업계1위 세탁서비스 프랜차이즈가 PEF 투자를 발판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약 5조 원에 달하는 국내 세탁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경쟁이 불붙는 셈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세탁서비스 스타트업인 런드리고(운영사 의식주컴퍼니)는 5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시리즈B라운드에서 170억 원을 투자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융자를 합쳐 3배 가까운 투자를 받아냈다. 산업은행이 300억 원의 투자와 융자를 새로 단행했고, 기존 투자자인 알토스벤처스·삼성벤처투자·디에스자산운용·소프트뱅크벤처스가 후속 투자했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은 세탁 인프라 확대에 쓰인다. 최근에는 서울 성수동에 독자 기술로 런드리고 2호 스마트팩토리를 개소했다. 현재 서울 전역, 일산, 김포, 송도 등에서 서비스 중인데 연내 수도권 대부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 경쟁사인 세탁특공대(운영사 워시스왓)도 190억 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시리즈B라운드에 해당하며 UTC인베스트먼트, 기업은행, KB증권, ES인베스터, T인베스트먼트등이 신규 참여했다. 총 투자유치액은 약 292억 원 안팎이다.
세탁특공대는 2016년, 런드리고는 2019년 각각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모델로 평가 받는다.
양사 모두 아직 매출을 키우는 국면으로 적자 상태 인데, 매출 규모가 엇비슷하다. 지난해 말에는 세탁특공대의 매출이 런드리고를 앞질렀지만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런드리고가 다시 세탁특공대를 뛰어넘었다.
세탁특공대는 2016년 7억 원의 매출에서 지난해 말 78억 원으로 성장했고 영업적자는 38억 원, 당기순손실은 39억 원을 기록했다. 런드리고는 2018년 매출 약 10억 원에서 지난해 70억 원으로 늘었고, 영업적자는 67억, 당기순손실은 66억 원 안팎이다.
양사의 적자 규모 차이는 수거와 배송시스템과 결합한 스마트 공장 등에 투입하는 비용 차이에서 온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런드리고는 고객마다 전용 수거함을 활용한다. 이 경우 빈 공간이 발생해 수거와 배송 과정에서 효율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고객 세탁물의 손상과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선택으로 최근에는 1인 가구를 위해 슬림한 형태의 수거함을 내놓았다. 런드리고는 최근 미국 세탁 스마트팩토리 EPC(설계, 구매, 건설) 전문 기업인 에이플러스 머시너리(A+Machinery)를 인수하며 고객별 자동 출고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반면 세탁특공대는 기존 세탁소를 거래처로 확보하는 방식을 쓰면서 사업에 진출했다. 세탁소와 고객 사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주요 역할이었다. 현재는 기존 세탁소보다는 직영 세탁 공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직영 스마트 공장을 두 곳으로 늘리면서 서울에 이어 경기권 전역으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
다만 전체 세탁 서비스업계의 업계 1위는 크린토피아다. 크린토피아는 PEF인 JKL파트너스 인수 이후 비대면 수거 배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크린토피아는 세탁 서비스 프랜차이즈 시장의 75%를 장악한 강자다. 전국에 2,839개의 가맹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지분 100% 매각 과정에서 상각전영업이익의 11배 수준인 1,860억 원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크린토피아는 비대면 서비스를 위해 관련 기업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크린토피아는 호텔, 병원 등 기업간 거래 영역도 넓힐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세탁특공대·런드리고가 넘보기 힘든 영역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스타트업의 매출이 아직 미비하지만 투자유치를 통해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어느 순간 가격 인하가 가능해 질 때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기존 강자인 프랜차이즈 세탁 기업과도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