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내년 상반기까지 강도 높은 가계부채 억제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총량관리책을 통해 가계부채의 고삐를 틀어쥐겠다는 것이다. 다만 강한 대출 규제로 취약차주나 저신용자가 ‘대출 절벽’이라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운영을 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7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열린 ‘통화정책 정상화와 자산 시장 영향’ 토론회에 참석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풍선에 빵빵하게 든 바람을 조금이라도 빼놓아야겠다는 생각”이라며 “그래야 나중에 충격이 생겨도 그 정도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금정과장은 가계부채 대책을 총괄하는 실무 담당자다.
이 과장은 “긴축의 체감도를 구체화·가시화하는 방향으로 (대출 기관) 창구 관리를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제도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이미 추석 이후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서민층이 대출 절벽에 맞닥뜨릴 수 있는 부작용은 최소화하겠다는 게 금융 당국의 방침이다. 이 과장은 “긴축에 들어가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취약차주나 저신용자의 대출을 거절하는 것이 가장 쉬운 영업 방식일 텐데, 이렇게 되면 대출 절벽에 직면하게 된다”며 “대출 절벽보다는 2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1억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차주들이 고통을 분담하도록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도 토론회 축사에서 “역사적으로 심각한 불황의 이면에는 민간 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선행됐다”며 “직전 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불황의 폭과 깊이가 컸고 정상 궤도로 회복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 계층의 어려움도 여전하므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이들에 대한 지원이 병행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기조 발표를 한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국내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하면 총량·속도·질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7.6%로 선진국(81%), 신흥국(53.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