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델타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하락하고 나스닥은 소폭 상승했습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돈 8월 고용보고서의 여파가 이어지는 셈인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1.373%대까지 올랐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8월 고용 전망치 범위가 30만에서 100만 명이라고 전해드린 바 있는데 하단보다도 적었으니 상당히 낮은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이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기 연기로 이어지게 돼 시장, 특히 기술주에 나쁘지만은 않았는데요.
하지만 고용증가분이 예상보다 너무 적다보니 델타변이의 위력을 생각하게 되고 다우지수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았는데요. 6일이 노동절이어서 ‘3분 월스트리트’가 쉰 만큼 오늘은 테이퍼링에 관한 시장 분위기와 공급망 문제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23만5,000개 증가라는 숫자를 받아든 지난 3일 다우는 0.21% 빠졌고 S&P500은 보합세(-0.03%), 나스닥은 0.21% 올랐습니다. 시장에서 충격적 수치를 생각하더라도 “잘 헤쳐나왔다”는 평가가 나왔죠.
이날은 하락폭이 좀 더 커졌습니다. 다만, 전통적으로 휴일을 지나고 나서는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있긴 한데요(나스닥은 또 올랐습니다). 어쨌든 시장의 컨센서스는 크게 두 가지인데 ①테이퍼링 공식발표 시기는 미뤄졌다 ②9월 발표 가능성은 거의 없다 등입니다. 웰스파고는 “8월 고용보고서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는데요.
8월 고용보고서 이후에는 내년 초 테이퍼링 개시를 점치는 목소리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는 올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말인데요. 그러나 고용증가세가 워낙 약하다보니 이제는 그 선을 넘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죠.
이대로 계속 델타변이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면 연준도 입장 선회를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파월 의장은 델타변이의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보험용으로 데이터와 리스크(델타변이)를 보겠다고 조건을 달아두었습니다. 십중팔구는 올해 테이퍼링를 개시하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1~2 정도의 운신의 폭을 뒀다고 보면 됩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내 예상은 테이퍼링을 향한 창이 닫히고 있다는 것이다. 약한 고용보고서가 있고 나는 12월까지 테이퍼링에 대한 연준의 공식발표를 듣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생각이 맞다고 본다”며 “이는 내년 초까지 테이퍼링 개시를 안 한다는 뜻”이라고 했는데요.
1차적으로는 9월 테이퍼링 발표 가능성이 사실상 배제되는 분위기이니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두 달 정도의 각종 지표를 더 봐야 보다 분명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당장 11월 발표 때까지도 시간이 남았고 9월 고용보고서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해를 넘기느냐는 차원이 다른 문제기도 합니다. 창은 닫히기도 하지만 다시 열리기도 합니다.
추가로 지금의 고용시장 문제가 공급문제(일자리는 많은데 지원자 적음)라는 점이며 인플레이션과 집값이 갈수록 큰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급문제라는 말은 연준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뜻입니다.
특히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면 금리인상으로 맞서야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테이퍼링을 끝내놓아야 하는데요. 여전히 큰 틀에서는 파월 의장의 연내 개시 적절 발언을 염두에 두면서 계속해서 나오는 지표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상황을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경제성장 속도 역시 둔화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7%로 조정했는데요. 이는 시장 평균인 6.2%를 밑돕니다. 4분기 예상치는 6.5%에서 5.5%로 내렸는데요.
실제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조정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말 미국의 성장률을 기존의 7.5%에서 6%로 낮췄는데요. IHS마킷은 6.1%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6% 안팎은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요. IHS마킷의 조엘 프락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도 “다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느린 속도일뿐”이라고 했습니다. 엘 에리언 선임고문도 “올해 성장이 낮아질 것이라즌 점과 경기회복이 내년으로 밀렸다는 점은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경기회복이 뒤로 밀렸기 때문에) 내년엔 (기존 예상보다) 사실상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점쳤는데요.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경기둔화 와중에 물가가 계속해서 오른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지요. 지난 7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에리언 고문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전해드린 이후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오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손성원 SS이코노믹스 대표 겸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노동력 부족에 임금이 0.6% 올랐다. 아마도 임금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인건비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고 있냐고? 그것은 분명히 심각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위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임금이 불안 요소입니다. 8월 고용보고서가 보여준 또다른 함의인데요. 시간당 평균수입이 한 달 전 대비 0.6%, 1년 전보다는 4.3%나 급증했습니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홀렌호스트는 “5.2%의 실업률과 지속해서 오르는 임금은 연준이 매파적 정책을 펴도록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임금상승은 구조적이며 지속적인 인플레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을 불러올 수 있고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그 전에 테이퍼링을 마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중요한 변수인데요.
인플레와 관련해서는 공급 문제가 다시 크게 부각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에서 포드와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은 반도체 칩 부족문제가 최소 내년, 길게는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공급부족은 생산과 판매를 가로막습니다.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 컨테이너선 40여 척이 떠있다는 기사, 여러번 보셨을텐데요. 미국 업체들의 재고확보 노력에 수요증가가 겹친 결과입니다. 여기에 항만인력을 구하지 못한 게 겹쳤는데요. 물류도 최소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가격상승 요인이지요. 에리언 고문은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시장에서 공급문제를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가구 판매업을 하는 그렉 그리슨은 최근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터널 끝에서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화물열차가 우리를 향해 오고 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이 겹쳤다는 말인데, 고통이 끝났다고 봤는데 알고보니 아직 멀었다는 거죠.
적다 보니 부정적 얘기만 많은데 시장 관련해서는 우울한 얘기만 있지 않습니다. 오늘은 리스크 요인 위주로 전해드렸기 때문에 그런데요. 웰스파고는 “8월 고용보고서만으로 고용시장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보지 않는다. 고용시장은 수요가 아닌 공급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바클레이스는 연말 S&P500 전망치를 4,600으로 잡았습니다. 이날 S&P가 4,520.03으로 마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76%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인데요.
생츄어리 웰스의 제프 킬버그는 “나는 수퍼 9월을 기대한다. 고용수치는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그것은 연준이 정책변화를 멈추도록 한다”며 “극도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지속할 것이며 테이퍼링은 2022년 1월 전까지 시행될 것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연준에 맞서지 마라는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앞으로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인플레이션 수치 등이 한층 중요해지게 됐는데요. 여기에 다시 꿈틀대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잘 살펴봐야하겠습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