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What] 달 착륙선 소송 이어 위성 인터넷도 갈등…'말폭탄'주고 받아

■격화되는 두 거물의 우주전쟁
한때 밥 먹으며 우주탐사 논하던 머스크·베이조스
우주 산업 커지자 '소송꾼'·'비방자' 등 원색 비난
위성 인터넷·달 탐사선 등 머스크가 한발 앞서
베이조스, 아마존서 물러나며 "우주 올인" 추격

지난 2004년 일론 머스크(왼쪽) 스페이스X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창업자가 우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난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2004년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창업자가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당시 이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식사 자리에 있었던 한 기자는 “두 사람이 우주탐사와 관련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주제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때 함께 식사하며 우주를 논하던 두 사람이 이제는 ‘소송꾼’ ‘비방자’ 등 원색적인 표현을 주고받는 관계로 완전히 틀어졌다. 우주가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비즈니스 거물 간에 주도권 쟁탈전이 빚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현재는 머스크가 우주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베이조스도 블루오리진에 집중하기 위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이 마지막 신대륙인 우주 정복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면서 이들의 신경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위성인터넷 사업 놓고 갈등



8일(현지 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마존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스페이스X가) 연방 정부의 규칙을 무시했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지난달 스페이스X가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를 확장하기 위해 두 종류의 위성 궤도 배치 계획을 보고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스페이스X가 위성 배치 계획을 두 가지로 나누면 후발 사업자인 아마존의 자회사 카이퍼가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위성 인터넷은 우주 저궤도에 소형 통신위성을 발사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케이블망이 없는 사막·산악 지역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시범 서비스로 10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스페이스X가 1,700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린 반면 카이퍼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더 많은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릴수록 수월하게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은 스페이스X가 위성 궤도 배치마저 두 개로 늘리자 베이조스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달 착륙선 선정은 소송전 비화



두 사람 간 갈등은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했다. 4월 나사가 인류의 달 복귀 계획인 ‘아르테미스'에 참가할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단독 선정한 게 발단이 됐다. 블루오리진은 즉각 미 회계감사원에 항의 서한을 제출했고 이마저도 수용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급기야 나사는 달 착륙선 사업을 오는 11월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이 사건을 두고 베이조스에게 유독 뼈아픈 실패라고 평가한다. ‘화성 이주’를 꿈꾸며 우주 진출에 나선 머스크와 달리 베이조스는 ‘달 탐사’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졌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자 나사에 “(블루오리진과 계약하면) 최대 20억 달러까지 자금을 지급하겠다”며 “시스템 개발 비용이 초과될 경우 그것도 충당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에 머스크는 트위터에 “스페이스X 상대의 소송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려고 (아마존에서) 은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꼬았다. 특히 “로비와 변호사로 사람들을 우주에 보낼 수 있다면 베이조스는 아마 명왕성에 갔을 것”이라고 저격했다.



우주 전쟁 더 치열해진다



머스크는 어린 시절 SF 소설 ‘파운데이션’을 읽으며, 베이조스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보며 우주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우주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꿈’이 아니다.


이제 우주는 세계 최초로 ‘조만장자(trillionaire)’를 탄생시킬 수 있는 사업이 됐다. 5일 워싱턴포스트(WP)는 스페이스파운데이션의 자료를 인용해 상업용 우주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의 가치가 2,190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55%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우주 투자회사 스페이스캐피털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 투자가들이 우주 관련 회사에 투자한 금액이 2,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두 사람 간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머스크를 맹추격 중인 베이조스는 우주산업에 사실상 올인했다. 2월 아마존 CEO 사임 발표 당시 매년 10억 달러 상당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 블루오리진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데 이어 5월에는 2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각했다. 기선을 잡은 머스크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는 스페이스X 로켓 발사장이 있는 텍사스 해안 마을을 우주산업 신도시로 조성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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