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중립” 말만 말고 관권 개입 방지 장치 마련하라

정부가 대선을 6개월 앞둔 9일 차관회의를 열어 “민감한 시기에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공무원들에게 ‘대선 주자가 받아들일 만한 공약을 발굴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 대한 공개 질책도 있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박 차관을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공무원의 정치 개입은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의 공정성을 흔든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강조하고 공직선거법 제9조에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재인 정권은 외려 검찰과 경찰·감사원 등의 정치 중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직 여당 의원을 겸한 장관이 유난히 많은 것도 정치 중립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내각에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박범계(법무), 전해철(행안), 이인영(통일), 황희(문체), 한정애(환경), 권칠승(중기) 장관 등 7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진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지급을 지나치게 홍보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고 7일 경고한 것도 관권 개입 조짐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는 말로만 ‘정치 중립’을 외치지 말고 관권 개입 선거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방안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제2의 드루킹’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거 부정 행위를 차단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구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선거 관리를 맡는 법무·행안부 장관을 즉각 교체해 중립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선관위는 물론 검찰과 경찰도 공정한 선거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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