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연령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관련 법에 위배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임금피크제가 노사 관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비슷한 소송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교육 전문 기업 대교의 전·현직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2009년과 2010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교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40대부터 적용하고 최대 임금의 절반을 삭감하고 직무등급별로 승급도 제한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취업규칙은 소송 끝에 2017년 무효가 됐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2017년 취업규칙이 무효가 되기 전 입사한 전·현직 직원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나오면서 알려졌다. 고법은 2019년 대교의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관련 소송 1심의 결정을 유지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고법이 대교의 임금피크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점에 주목했다.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 유사한 소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노사의 치열한 논쟁사안 중 하나다. 노동계에서는 정년을 보장하거나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10월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주요 요구 사항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시켰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피크제가 정년 60세 연장의 대안이자 노동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막을 수 있는 보호 장치의 일환으로 도입됐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2012년 9.6%에서 2018년 21.5%까지 증가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에 대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무효라고 본 최초 판결”이라며 “다만 이 사건은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 비교할 때 근로자(대교 직원)의 불이익 정도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