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등판일이 아니라서 더그 아웃에만 앉아있는 날에도 표정이 밝다. 팀이 연전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희박해 보였던 가을 야구 가능성도 어느새 부쩍 커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는 10일(이하 한국 시간) 뉴욕 양키스 원정에서 또 이겼다. 2 대 0으로 앞서다 6회 동점을 허용했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서 달아나 6 대 4로 이겼다. 양키스와 4연전 싹쓸이를 포함해 8연승. 최근 12경기에서 11번 이겼다.
77승 62패의 토론토는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 4위지만 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양키스를 반 경기 차로 압박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거리도 1.5경기로 좁혔다. 와일드카드 톱 2 진입이 눈앞이다. 상위 두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가 단판 승부로 카드 주인을 가리는데, 이 경기부터 포스트시즌(PS)이라고 부른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도무지 포기를 모른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첫 해였던 지난 시즌도 가을 야구에 나갔다. 토론토에 4년 만의 PS 티켓을 안겼다. 하지만 그때는 코로나19로 인한 60경기 단축 시즌이었다. PS 진출 팀도 일시적으로 확대됐다. 162경기 체제로 돌아오면서 PS 방식도 되돌린 올해는 가을 야구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10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⅔이닝 7실점(3자책점)으로 무너졌던 류현진은 올해 가을 야구를 벼르고 있다.
그 전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승리로 최고조의 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류현진은 12일 오전 9시 5분 열릴 볼티모어와 더블 헤더 2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7일 양키스전 6이닝 무실점 승리 이후 닷새 만의 출격이다. 양키스전에서 재미를 봤던 평균 시속 142㎞의 ‘고속 슬라이더’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할지 관심이다.
승리 투수가 되면 14승으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승 타이 기록을 쓴다. 류현진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이던 2013·2014년과 2019년에 14승을 올렸다. 아메리칸 리그 최약체인 볼티모어는 올 시즌 류현진에게 이미 3승을 헌납한 팀이라 기록 달성 기대가 크다. 볼티모어 홈인 캠든 야즈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0으로 특히 좋았다.
14승이면 리그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서 MLB 최고 몸값 투수(연봉 3,600만 달러) 게릿 콜(양키스)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한다. 볼티모어전 포함 시즌 종료까지 다섯 차례 더 등판할 예정인 가운데 다승왕 경쟁에 불을 붙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