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기술 경쟁이 기존 배터리 업체를 넘어 완성차 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자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 차의 핵심인 전기자동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남양연구소에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R&D) 조직을 선행기술·생산기술·배터리기술 등 3개 부문으로 확대하고 인력도 보강했다. 특히 현대차(005380)는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오는 2025년에 내놓고 2030년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아 폭발 위험이 작고 주행거리는 길다. 기술 확보를 위해 현대차는 최근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억 달러(1,169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1위 기업 도요타는 배터리 내재화를 전기차 전략의 핵심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지난 7일 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에 2030년까지 1조 5,000억 엔(약 16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투자 발표와 함께 자사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을 공개하면서 2030년에는 연간 2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간 200GWh의 배터리 생산 규모는 1회 충전으로 약 400㎞를 달리는 전기차를 약 400만 대 만들 수 있는 수치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를 대표로 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다.
도요타에 이어 2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도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730억 유로(약 10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상당 금액이 배터리 개발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폭스바겐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유럽에 4곳, 미국과 중국에 각각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폭스바겐과 함께 독일 완성차 산업을 대표하는 벤츠도 자체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벤츠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전 세계 8곳에 차세대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기가팩토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벤츠는 배터리 내재화와 함께 2025~2030년 모든 차종에 전동화 버전을 추가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2030년부터는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