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익신고자 자격 논란..."적극 보호장치 시급"

유관기관 '지위' 놓고 상반 입장
정치권, 제보자 압박하며 공격
신청창구 다원화 등 목소리 나와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으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지위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유관 기간이 각각 다른 입장을 내놓는 데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들은 제보자 신분을 언제든지 노출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어 이번 기회에 공익신고자 제도를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인정 여부를 두고 유관 기관들은 연일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앞서 대검찰청은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에 대해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에 대해 판단한 바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공익신고자 지위 인정 여부를 놓고 관련 기관과 이해 당사자인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제보자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번 고발 의혹 사건의 관련자로 지목된 윤 전 총장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제보자에게 ‘당당하게 나오라’ ‘누군지 안다’ 등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며 제보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윤 전 총장을 비롯한 의혹의 당사자들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공격과 신분 공개 압박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익신고자 지위 신청을 위한 접수 창구의 문턱을 낮추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나 수사기관·정치권뿐 아니라 언론이나 시민 단체 등 다양한 집단을 통해서 공익제보자가 지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보호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언론과 소비자 단체 등에 공익 신고가 가능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앞서 국회에서도 언론과 시민 단체를 신고 기관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의결되지 못했다. 박헌영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는 “제보 창구는 여러 통로로 열어둔 뒤 공익신고자 조건에 부합하는지는 예전처럼 권익위 등 기관에서 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제기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의 유무 등을 판단하는 전문적인 인력을 가진 권익위와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요건을 심사하면 제보자를 둘러싼 공방을 줄어들게 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 신고를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번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이해 당사자로부터 공격당하는 행위가 반복되는데 이러한 행위 자체가 진실 규명을 더디게 하고 소모적인 논쟁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공익신고자 여부를 따져 묻는 정치권의 논쟁은 그 자체로 의미 없고 소모적인 일”이라며 “관계자들은 수사기관에 즉각 협조해야 하며 수사기관은 제보자가 공격 받는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진실 규명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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