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 등은 10일(한국시간)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령 퀴라소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방송 SBS 6의 토크쇼 HLF8에 출연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을 중단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퀴라소 축구협회 회장과의 평가에서 "퀴라소가 새로운 궤도로 나아가는 중이라 내가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앞으로의 활동 여부에 대한 물음에 "완전히 그만둘 것"이라며 지도자 은퇴 결심을 드러냈다. 이어 "아드보카트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자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기도 했던 딕 아드보카트(74) 감독은 몇 차례 은퇴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하고, 지난달부터는 이라크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사실상 은퇴 결심에 번복은 없다고 강조한 셈이다.
히딩크 감독도 러시아 프로축구팀 안지 마하치칼라를 맡고 있던 2012년 말 네덜란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 시즌이 끝나면 감독직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으나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한 적은 없었다.
히딩크 감독은 2020년 8월 퀴라소 감독으로 부임해 2022 카타르 월드컵 북중미 2차 예선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코로나19 감염으로 2차 예선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의 제자로 알려진 파트릭 클라위버르트(45) FC바르셀로나(스페인) 아카데미 디렉터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퀴라소는 파나마와 치른 2차 예선 1, 2차전에서 합계 1-2로 패배해 3차 예선 진출이 좌절됐다. 히딩크 감독은 코로나19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것과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식 사령탑으로 첫발을 뗀 1987~1988시즌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을 이끌고 정규리그와 FA컵에 이어 유러피언컵(현재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우승해 '트레블'(시즌 3관왕)을 달성했다. 이후 페네르바체(터키), 발렌시아(스페인)를 이끌었고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 진출을 지휘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한국 대표팀을 맡아 '4강 신화'의 영웅으로 부상하며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