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모텔에 후배 감금해 '기절놀이'…법원 "기절도 상해"

20대 2명에 징역형 선고…재판부 "죄질 무거워"

/이미지투데이

후배를 모텔에 나흘 동안 감금한 채 이른바 ‘기절 놀이’를 한다며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20대 2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 중 한 명이 “기절은 상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상해에는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의식을 잃는 정신적 기능이 나빠지는 피해도 포함된다며 감금치상죄를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13일 감금치상 및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23)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2월 23일 오후 8시 40분께 인천시 중구 한 공원에서 후배 C(20)씨에게 의자를 잡고 엎드리게 한 뒤 야구방망이가 부러질 때까지 100여차례 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같은 날 오후 7시께 서울시 영등포구 한 주유소 앞에서 C씨를 차량에 태운 후 A씨와 함께 10여 차례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조사에서 A씨와 B씨는 먼저 서울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C씨와 그의 지인을 승용차에 태워 인천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다음날 0시께 C씨와 피해자들을 인천 한 모텔에 데리고 들어가 휴대전화를 빼앗고 "너희 집 주소와 부모님 연락처도 다 알고 있으니 도망치다가 잡히면 팔다리를 부러뜨린다"며 오후 5시까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당일 C씨 등은 또 다른 모텔로 끌려가 같은 달 28일까지 4일 동안 재차 감금됐다.


A씨와 B씨는 ‘기절 놀이’를 하자며 양손으로 C씨의 목 부분을 강하게 눌러 총 4차례 기절시켰다. C씨는 기절하며 쓰러지는 과정에서 벽에 머리를 부딪쳤고 한번은 5~10초 동안 의식을 잃고 몸을 떨었다.


이들의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모텔에 감금한 C씨의 지인이 잠에 들자 발가락에 휴지를 꽂은 뒤 휴지에 불을 붙여 괴롭히기도 했다. 이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후배 C씨가 자신들의 돈을 빼돌려 썼다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재판에서 재판에서 "C씨가 기절 놀이를 하다가 실제로 기절했지만, 따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었다"며 "상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감금치상죄의 상해는 신체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등의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씨는 장시간 (모텔에) 감금돼 겁을 먹은 상태에서 피고인들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기절 놀이를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절 놀이의 결과로 C씨의 몸에 어떤 상처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저산소증이 유발돼 여러 차례 기절한 이상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봐야 한다"며 "의식을 잃은 시간이 짧았더라도 상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을 폭행하고 감금한 뒤 기절 놀이를 강요해 죄질이 무겁다"며 "B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받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