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둔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한 수수료 인하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KB와 미래·삼성 등에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번에는 국내 대표 ETF 5종의 보수를 파격적으로 낮추며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한투운용은 16일부터 국내시장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 5종의 총보수를 각각 연 0.02%로 인하한다고 13일 밝혔다. 대상 상품은 △KINDEX 코스피(305050) △KINDEX 코스닥150(354500) △KINDEX KIS종합채권(AA-이상) 액티브 △KINDEX 국고채10년(365780) △KIN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368470)다. 0.02%는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 상품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보수가 인하된 상품 중 ‘KIN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는 총보수가 0.25%에서 0.02%로 무려 92% 낮아진다. 이 상품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종목 중 ‘BBIG 업종’에서 각각 시가총액 상위 5종목을 선정해 총 2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보수가 높은 편에 속한다.
정성인 한투운용 ETF전략팀장은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투자 기간이 길수록 투자 비용 절감에 따른 이익이 크기 때문에 저보수 ETF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특히 큰 효용이 있다”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KINDEX 미국S&P500’과 ‘KINDEX 미국나스닥100’의 보수를 0.09%에서 0.07%로 낮춘 바 있다. 그 결과 한투운용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4.71%에서 지난달 말 5.19%로 늘었다. 재미를 본 한투운용은 재차 인하를 통해 ETF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투운용의 보수 인하로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ETF 시장의 수수료 전쟁이 한층 격화되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52조 원이었던 ETF 시장 규모는 지난달 말에는 64조 원으로 늘었다. 간접 투자의 대세로 떠오른 이 시장을 둔 운용사 간 쟁탈전에 ETF 보수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초 KODEX차이나 CSI300 등 4종의 중국 ETF 총보수를 0.12%로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7월 TIGER레버리지, TIGER인버스 ETF의 총보수를 기존 0.09%에서 0.022%로 대폭 낮췄다. 각각 경쟁사가 선점한 대표 지수 상품을 낮은 수수료로 공략에 나선 것이다.
KB자산운용도 2월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KBSTAR 미국나스닥100ETF 총보수를 기존 0.07%에서 0.021%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BSTAR200은 연 0.045%에서 연 0.017%로 인하한 뒤 시장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