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지분 55.0%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상장 일정이 빅테크 규제 강화 속에 재차 연기된다. 카카오페이의 보험·펀드·대출 광고를 금융 당국이 중개 행위로 해석하고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면서다.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를 개선하고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할 전망이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이후 다시 한번 상장 일정이 발목 잡히면서 국내 테크 기반 금융 플랫폼 사업 전반이 침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에 주요 내용을 정정하며 당초 이달 29~30일로 예정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미루는 방향으로 상장 일정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정정이라면 원래대로 공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주요 내용이 바뀌면 증권신고서의 효력 발생이 다시 늦춰져 상장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 공모가를 다시 한번 조정 할지도 관심거리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 공모가를 6만 3,000~9만 6,000원으로 제시했는 데 이를 6만~9만 원으로 이미 낮춘 바 있다. 다만 최종 상장 목표 시기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제 서비스로 이름을 알린 카카오페이는 투자와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로 사업 외연을 넓히며 상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카카오페이의 금융 서비스를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로 파악하면서 상장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카카오페이는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에 이어 운전자 보험, 반려동물 보험, 해외여행자 보험 등 일부 보험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황. 정부 규제 움직임에 이 같은 사업 변동 사항을 증권신고서에 적시하고 공모 일정 및 가격 등 전반적인 부분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모회사인 카카오의 주가가 급락한 점도 일정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KP보험서비스를 통해 투자와 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개 라이선스가 있는 자회사를 통해 서비스하는 만큼 상품의 판매·중개 주체가 카카오페이증권 혹은 KP보험서비스라는 점만 명확히 해주면 사업에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 IB 관계자는 “이번 정부 규제가 카카오페이의 매출 및 사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크지 않다”라며 “청약 열기가 다소 식을 수는 있어도 상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카카오페이는 현재 증권·보험·대출 주선에 대한 중개업 인허가를 자회사를 통해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상에 명시만 하면 된다”며 “이 규제 자체로만 보면 크게 문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페이의 상장 차질이 테크 기반 금융 플랫폼 사업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그 동안 큰 돈이 되지 않는 결제와 송금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당장 적자를 내고 있지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보험·대출·투자 등 금융 서비스 제공으로 돈을 번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상장 일정까지 두 번이나 지연되면서 금융 플랫폼 산업이 전반이 침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 IB 관계자는 “사실상 결제·송금 인프라를 (정부 대신) 깔아둔 측면이 있다”며 “한 순간에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카카오페이로서는 억울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들이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되면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카카오페이의 상장 일정까지 밀리면서 (초기 기업들의) 투자 유치 등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