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룡 플랫폼’ 혁신 출발점은 불공정·독과점 해소다.

‘혁신 선도자’에서 ‘공룡 사업체’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불공정·독과점 규제 요구가 들끓는 가운데 카카오가 상생 방안을 내놓았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꽃·간식 배달 중개 서비스에서 철수하고 택시 유료 호출 서비스도 철회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카카오·네이버의 성장 신화는 지속적인 자기 혁신에 ‘국민 메신저’와 ‘국민 검색 엔진’에 대한 압도적 호응과 제도적 뒷받침이 더해져 가능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플랫폼들은 문어발 확장에 나서며 골목상권을 위협했다. 4년 만에 계열사를 63개에서 118개로 늘린 카카오는 금융·택시·스크린골프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닌 네이버도 갑질 행태를 벌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거대 플랫폼들이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 상품이 먼저 검색되도록 설계하는 행위는 심판(플랫폼)과 선수(상품 판매자)의 이중 지위를 악용한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플랫폼의 불공정에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빅테크 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미 의회는 플랫폼 기업의 사업 영역과 시장 지배력 확대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창의를 먹고 자란다는 점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적 발상은 키워가야 한다. 그러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바로잡지 않으면 혁신의 싹이 움트기 어렵다. 100여 년 전 미국이 ‘철강왕’ 카네기와 ‘석유왕’ 록펠러 등의 트러스트를 막지 못했다면 산업의 지속적 발전도, 부강한 미국 건설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구글을 넘어서는 강한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불공정과 독과점의 굴레를 벗고 혁신과 상생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다만 정치권은 득표 전략 차원에서 플랫폼 기업들을 매도하면서 과잉 규제를 할 게 아니라 불공정과 불법을 정밀하게 도려내는 핀셋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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