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기업에 이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경영진을 만나 청년 일자리 확대를 재차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채용 확대 당부가 민간 기업에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 장관은 1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네이버·넥슨·넷마블·스마일게이트홀딩스·엔씨소프트·카카오 등 6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IT 기업은 청년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 됐다”며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을 할 때 청년에게 기회의 문을 더 크게 열어달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지난 5월에도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 30곳의 인사 담당 임원을 만나 청년 일자리 확대를 당부했다.
안 장관의 발언처럼 청년의 IT 기업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여러 설문에서 나타났다. 최근 인크루트가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1위는 카카오였다. 삼성전자·네이버·SK하이닉스 등 10위권 내 IT 기업이 4곳이다. 과거 취업 선호도가 높았던 금융회사는 한 곳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안 장관은 IT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민관 인력 지원 사업인 청년 고용 응원 프로젝트와 정부가 IT 교육비를 지원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일자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IT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호출’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은 전일 오는 2023년까지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8월 3년 동안 4만 명을 채용하는 계획을 합치면 7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넥슨코리아도 내년까지 1,000명을 고용한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정보통신업 구인 증가율(워크넷 기준)은 올해 2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5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미 채용 여력을 상당히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IT 기업이 정부의 규제 대상인 점도 이날 간담회를 우려하는 시선 중 하나다. 안 장관은 이날 일부 기업의 잘못된 직장 문화에 대한 개선도 촉구했다. 5월 네이버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고용부 감독 결과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카카오는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기업 규제 대책에 포함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공교롭게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다. 여기에 IT 기업의 장기간 근로, 수당 미지급, 권위적인 문화에 대한 노동계와 정치권의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장관은 “직장 문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눈높이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더욱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상당히 무거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