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이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을 상임 이사로 선임하는 데 논란이 커지자 16일 예정된 주주총회를 연기했다. 향후 황 전 행정관의 이사 선임이 확정돼 투자운용2본부장이나 다른 임원 보직을 맡더라도 관련 경험이나 자격증이 없는 인사여서 규정 및 법 위반 가능성, 수익률 하락 시 책임론 등 다양한 후폭풍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보직 변경해도 문제는 남아=한국성장금융은 16일 주총에서 황 전 행정관을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낙하산 논란이 확산되자 주총을 일단 연기했다. 주총을 열어 황 전 행정관의 임원 선임을 강행할 경우 그에게 실제 투자운용본부장을 맡길지는 성기홍 성장금융 대표의 결정에 달려 있다. 황 전 행정관 인선이 논란이 되자 성장금융은 투자 운용 업무와 거리가 있는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됐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7일 공직자윤리위원회를 거쳐 황 전 행정관을 투자운용본부장으로 취업 심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황 전 행정관의 직무를 바꾸려면 다시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해 변동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존 경영기획본부장을 황 전 행정관 때문에 물러나게 하는 것도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특히 투자운용2본부장을 새로 인선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다.
②자본시장법 위반 논란=황 전 행정관을 투자운용본부장으로 임명하면 개인뿐 아니라 성장금융까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금융 당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불건전 영업 행위를 규정한 85조 7항은 집합투자업자가 투자운용인력이 아닌 자에게 집합투자 재산을 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성장금융은 집합투자업자로 등록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개인은 징역 5년 이하와 벌금 2억 원 이하, 기관은 최소 기관 경고부터 최대 6개월 영업정지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집합투자업자는 일정 이상 투자 운용 인력만 있으면 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등록 요건에 불과하며 실제 운영 과정에서 관련 자격증이 없어 투자 운용 인력이 아닌 자가 운용에 관여하는 것이 검사로 확인되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장금융 측은 “투자 운용 인력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은 금융투자협회 규정으로 법 위반은 아니다”라며 “실제 운용 지시는 실무자가 맡기 때문에 황 전 행정관이 투자운용본부장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③수익률 하락 시 책임론 직면=가장 큰 후폭풍은 금융투자 부문의 비전문가가 펀드 운용의 책임자가 됐을 때 관리 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수익률 하락이다. 황 전 행정관이 맡는 투자운용2본부는 정책형 뉴딜펀드 5,100억 원을 포함해 지난 2020년 말 현재 약 2조 5,000억 원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정책형 뉴딜펀드만 해도 향후 추가 자금을 출자해 총 7조 원 규모로 조성하고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등 민간 영역에서 13조 원을 공동출자해 운용하게 된다.
성장금융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20개 시중은행이 주축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출자해 설립했다. 이들이 주요 주주인데 이번 인사에 따라 발생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황 전 행정관 인선과 실제 수익률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투자운용2본부장은 전체 운용본부에서 정책적 성격을 띤 일부 자금 관리에 한정돼 실제 영향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