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공립특수학교 ‘서진학교’의 개교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에서 일부 장면을 삭제해달라는 지역 주민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제1민사부(정문성 판사)는 15일 강서구 주민 A씨가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을 상대로 낸 영상 삭제 가처분 신청을 전날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화의 공익적 가치와 표현의 자유를 들어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영화 ‘학교 가는 길’이) 특수학교 설립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자립과 통합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공익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큐멘터리 영화가 여러 사람의 인격적 이익과 충돌해 해당 부분의 삭제를 쉽사리 인정하게 되면 영화의 전체적 맥락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이 서진학교 개교에 반대하는 모습이 모자이크로 처리돼 이 장면을 삭제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화에는 A씨가 지난 2017년 열린 주민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이 10초가량 나온다. A씨 측은 지역이기주의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게 아니었다며 영화로 인해 초상권 훼손 우려가 크고 사회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상을 삭제할 정도로 A씨의 초상권이나 명예권이 중대하게 침해됐다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발생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면서 “영화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을 악의적으로 비방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의 의견이 왜곡된다거나 사회적 평가가 중대하게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서진학교를 개교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지역사회 갈등과 장애인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지난 5월 5일 개봉됐다.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지난 2017년 9월 주민토론회에서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는 장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