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카드나 상품권 사용이 늘어나면서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화폐 공급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 장기화로 이동이 제한되고 내수 경기도 침체하면서 명절 기간 현금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추석 전 화폐 공급 실적’에 따르면 추석 전 10영업일(9월 6~17일)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는 4조 8,268억 원으로 지난해 추석 때보다 4.8%(2,410억 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5년(4조 7,227억 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공급 화폐는 발행액에서 환수액을 제외한 순발행액을 말한다. 2018년 5조 4,518억 원, 2019년 5조 406억 원, 2020년 5조 678억 원 등으로 전반적인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추석 연휴 기간이 지난해와 같았으나 발행액과 환수액이 모두 감소한 것은 자영업자 등 내수 경기 부진과 함께 추석 전에 지급된 국민지원금이 카드나 상품권 위주로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물가가 올라 추석을 앞두고 현금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카드나 상품권을 많이 쓰다 보니 현금을 찾지 않았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돈을 안 쓴다기보다는 현금을 찾아가는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명절을 앞두고 현금을 두둑이 확보해두는 모습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현금 이용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은은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올해 설 연휴부터 현금 이용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