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돈더들여 휘황찬란 단지 짓자' …재초환에 치솟는 재건축 공사비

재초환 부담금 내느니 고급 아파트 짓자
평당 공사비 강남 600만·강북도 500만원이 기본값
주거양극화 초래 부작용 우려…"지방 재건축 영향 우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의 전경. /연합뉴스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평(3.3㎡) 당 건축비는 최근 강남권에서 기본 500만 원대로 올라갔고 최근에는 600만 원대까지 치솟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을 내느니 단지 고급화에 투자하자는 심리가 나타나서다. 집값 상승세 지속으로 수도권 전역 거의 대부분 단지들이 재초환 대상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파트 ‘고급화’ 바람은 수도권 전역에서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건설사들도 수익성 개선 기대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천정부지 치솟는 공사비…강남 600만원·강북 500만원이 ‘기본’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일원개포한신’(364가구) 재건축조합은 지난 8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면서 예정 공사비로 1,884억 7,462만 원을 책정했다. 3.3㎡당 공사비로 환산하면 627만 원이다.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신반포21차의 670만 원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강북에서는 전통적 부촌인 한남동과 접한 성동구 옥수동의 ‘한남하이츠’가 602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건축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공사비가 뛰긴 했지만 평당 공사비 600만 원 돌파가 잇달아 나오는 건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500만 원만 넘어도 ‘호텔 수준’으로 지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공사비가 충분히 확보된다면 그간 건설사별로 브랜드 강화를 위해 마련해 온 신기술이나 각종 커뮤니티 시설 등을 최대한 집약해 선보일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공사비 500만 원은 이제 강남을 넘어 강북에서도 기본적인 수준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매매가 기준 최고가 단지 중 한 곳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가 590만 원 수준이었으며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는 570만 원의 공사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북에서도 지난 8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낸 영등포구 문래진주는 총 공사비 예정가격으로 878억원을 제시했는데, 3.3㎡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518만원 수준이다. 지난 2일 입찰공고를 낸 금천구 시흥동 무지개아파트는 3.3㎡ 당 예정공사비 543만원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조합에서 ‘고급화’를 내세우면서도 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공사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애썼는데 요새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건설사들이 예정공사비보다 낮게 제시하면 오히려 ‘싸구려가 된다’며 반감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재초환 내느니 공사비 더 올리자"…건설사도 ‘반색’


조합이 공사비를 높게 잡은 배경은 재초환 부담 때문이다. 공사비를 줄여 발생한 이득을 어차피 재초환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면 차라리 공사비를 높여 ‘고급화’에 투자하자는 생각이다. 고급스런 자재와 화려한 커뮤니티로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가 되면 집값 상승으로 취할 미래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재초환은 입주까지의 집값 상승분과 조합운영비·공사비를 제외한 초과 이익에 누진율을 적용해 부과한다. 따라서 공사비가 높을수록 부담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최대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현 정부들어 집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재초환 대상이 아닌 사업장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지경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에서는 기본형 건축비 외에 가산 건축비를 인정 받을 경우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건설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매출액이 커져 수익성이 개선되는 데다 각종 주택 관련 신기술 등을 적극 적용해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 수영장, 단지 내 영화관…고급화 경쟁 부작용 우려


이런 최근 흐름의 결과는 주요 단지들의 ‘고급화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강남권 단지들의 경우 대리석 같은 고급 자재 사용 수준을 넘어 단지 내 입주민 전용 수영장, 스카이라운지, 심지어 입주민 전용 영화관 등 호텔 뺨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단지 내 적용될 스카이라운지 조감도.

강남구 개포동 개포 프레지던스자이(개포4단지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 최상층에 고급 수영장인 ‘스카이 인피니티폴’을 넣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질세라 다른 단지에서는 단지 내 캠핑장을 들이는 등 상상 이상의 커뮤니티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강북에서도 강남에서 새로 도입된 고급 시설을 들여와 지역 내 최고급화를 이루겠다는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고급화 경쟁’은 지역 간 주거 양극화를 더 심화시켜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울, 특히 강남권의 초고급화 경쟁이 집중될수록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지방 정비사업장들의 주거 환경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등에서도 무리한 고급화 경쟁이 시작되면 공사비 부담에 따른 분양가 및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만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에 재초환 부담금을 내느니 아파트 자재·시설 등에 투자하겠다는 고급화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재건축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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