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이 직관 막아" 검찰 '뒤숭숭'…"소통 부족이 불신 키워"[서초동야단법석]

"총장이 '직관 인권침해' 발언" 폭로글 파문
"그럴 리 없다" vs "모든 사건 직관화" 논쟁
"대검 '직관 관련 지침' 제정 검토 중이라고"

김오수 검찰총장/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 후 내부 조직 정비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김 총장이 수사검사의 직관(직접 공소유지) 참여를 “인권 침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는 폭로가 나와 검찰 내에서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의견이 주를 잇고 있지만, ‘김오수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와 일선청 간의 ‘소통부족’이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총장이 수사검사 직관 막아” 공개 비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 내에선 “검찰총장이 공소유지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면서 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포문을 연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김 총장이) 최근 현안 사건 직관(직접 참여)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그 결과로 최근 며칠 간 공소유지를 하면서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이 재판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께서 사안이 복잡한 사건에 관해 수사를 한 검사가 공판에 관여하는 것이 ‘인권침해’라고 생각하는지, 그게 아니라면 왜 수사 관여 검사로 하여금 공판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김 총장은 취임 후 ‘국민중심 검찰 추진단’을 설립해 공판부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1재판부·1검사’ 체제를 추진했다. 1명의 공판부 검사가 1개의 재판부만 맡도록 하는 게 골자로, 수사와 공판 분리 원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더 나아가 김 총장이 검사의 직관 자체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이 부장검사의 글에는 삽시간에 동료 검사들의 3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아무리 그래도 ‘직관이 인권침해’라는 말을 김 총장이 했을 리는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검사는 “직접수사 부작용 얘기는 들어봤어도 직관이 인권침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본다”며 “전달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검사도 “어떤 맥락에서 (총장이 그런말을) 하셨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문장만 놓고 보면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건만 허락한다면 모든 사건을 직관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인지 깊은 의문이 든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대검 “총장 본인 의견 아냐…직관 허용”

논란이 확산되자 대검 관계자는 직접 댓글을 통해 “‘수사기관의 직관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말은 검찰총장이 과거 변호사 시절 다른 사건의 관계자 등으로부터 들었던 말을 언급한 것 일뿐”이라며 “총장 본인의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검은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충실히 공소유지가 돼야 한다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직관 필요성이 있는 경우엔 이를 폭넓게 허용해왔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재차 반박했다. 그는 “얼마 전에 (무분별한 직관을 막기 위해) 대검에서 ‘직관 관련 지침’을 제정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며 “몇 가지 경우를 상정해 이런저런 요건에 해당하면 직관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지침을 제정해 운영하려는 것이 현재 대검의 입장이라면 생각을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유미 광주고검 검사도 이 부장검사의 글을 지지하며 ‘모든 사건의 직관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수사검사의 직관을 통해 △검사의 공소제기 및 유지 충실 △수사절차상 인권보호 강화 △실적을 위한 무리한 수사 근절 △인사 불만 감소 등을 거론했다.


정 검사는 “검사의 직관은 검찰의 존재의의, 더 나아가 사법 제도의 본질에 맞다”며 “형사법제도는 수사, 기소·재판·집행으로 이어져 완성되지만, 우리는 여태까지 수사에만 대부분의 에너지를 집중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고생해서 수사를 해서 기소했더라도 공소유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판결이 나면 의미가 없다”며 “직관이 검사의 역할을 보다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검찰 지휘부-일선청, 불신 쌓인 결과물

때 아닌 직관을 둘러싼 대검과 일선 검사들 사이의 논쟁에 불이 붙자 검찰 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검사는 “이번 일은 내부에 누적된 불신의 수준과 의사소통 구조와 수준에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일”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막히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지도 보여줬다”며 현재 검찰 내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꼬집었다. 이어 “대검 참모들부터 총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달라”고 주문했다.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환경이 된 점도 조직 내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지방의 부장검사는 "요즘은 이런저런 말을 했다가는 '개혁에 반대한다', '누구 라인이다' 등의 말이 나와 조심스럽다"고 한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