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간호사 해외취업 설명회'를 개최한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당초 예상 모집인원은 300명이었는데, 3배가 넘는 900여명의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2016년과 2018년 오프라인 방식으로 연 행사에서 각각 100여명이 참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이다. 코로나19로 출국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열기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몇 몇 해외 간호인력 처우가 국내 보다 낫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며 “간담회 관심도 이 열기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최일선이었던 간호인력이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사표를 내고 파업을 결의할만큼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은 급기야 해외로 나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이 너무 많은 환자를 감당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직장을 떠난 674명 간호사의 사직서를 거리에 뿌리기도 했다.
간호사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지 않는 국내와 상황이 달라서다. 수년 간 간호인력 부족현상을 겪던 미국은 코로나19로 간호인력 수요가 코로나19 전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알려졌다. 독일은 10년간 간호인력이 30만명 부족할 것이라고 보고 외국인 전문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중동은 정부 차원에서 보건·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결국 전국 180여개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력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을 결의했다가, 정부 만류로 극적으로 2일 철회했다.
나순자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총파업을 철회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개월은 (기존의) 보건의료인력으로 어렵게 버텼지만,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작년 대통령까지 나서 간호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변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간호 인력 확대와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요구했다.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10%에 미치지 못하는 공공병원에서 코로나 환자 약 80%를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의료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간호사는 “한창 일해야 할 2~3년차 후배 간호사들이 일이 힘들어서 병원을 떠나고 있다”며 “의료인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간호사는 “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간호사의 처우는 변한 것이 없다”며 “(우리에게) 정당한 보상과 휴식, 최소한의 회복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