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대출 때문에 고민이 많다. 최근 집을 계약한 A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신용대출로 7,000만 원 가량을 받을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계획을 추진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지만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조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연봉에 맞춰 제한한다고 하면서 대출을 7,000만 원까지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A씨는 “주담대 승인이 나고 나서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 데 은행들은 신용대출을 조인다고 해서 고민”이라며 “작년만 해도 은행마다 한도, 금리가 달라서 비교해서 좋은 조건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모든 은행이 연봉 내로 줄여 따져보는 게 의미도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촉구하면서 은행권에서 대출 조이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리면서 은행들이 한도 축소나 대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모양새다. 불과 일년 전만 해도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로 받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개인 연 소득 범위 이내로 제한했다. 적용 대상은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 ‘우리주거래 직장인대출’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이다. 신규·증액에만 적용되고 만기 도래하는 여신의 기한 연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은행에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0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100%로 조정했다. 한도 축소는 주요 신용대출 상품인 엘리트론·쏠편한직장인신용대출·전문직우대론 등의 신규 거래, 증액, 대환, 재약정 등에 적용된다. 신한은행 측은 “기존에도 신용대출 대부분은 연봉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었다”며 “한도가 많이 나갔던 공무원·전문직 전용 대출의 한도가 이번 조치로 제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역시 8일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낮추되, 최대 7,0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으로 추가로 낮췄다. 케이뱅크는 연 소득 이내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조치는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촉구하면서 비롯됐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5~6%를 넘어선 NH농협은행이 일부 부동산 대출 상품을 중단하면서 풍선 효과로 다른 은행들에 대출 수요가 몰렸고 이에 다른 은행들도 대출 조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최근 너무 빨라졌다”며 “은행 내에서도 연말까지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 내에서 관리하기 위해 각종 방안을 찾아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