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항공사들의 자금조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늘길이 막혀 여객 실적이 이미 바닥을 찍은 만큼 향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진에어(272450)는 지난 17일 유상증자 신주 1차 발행가액을 1만7,200원으로 확정했다. 한달 새 주가가 상승하면서 예정했던 발행가(1만5,050원) 대비 14% 오른 수준이다. 신주 발행가액이 높아지면서 조달하는 운영자금도 당초 계획했던 1,083억 원에서 1,238억 원으로 늘었다.
2,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 중인 에어부산(298690)에도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구주주 청약 첫 날인 17일 부산시에서만 325만3,964주(약 67억 원) 주문을 받았다. 전체 발행물량(1억1,185만 주)의 약 3% 규모다. 주가가 이날 하루만 14% 상승하면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의 신주발행가액은 2,030원으로 현재 주가(17일 종가 기준) 대비 약 36% 낮다.
회사채를 발행해 2,000억 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대한항공(003490)도 이번 청약에서 역대급 수요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8일 수요예측을 앞두고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기내식·기판사업부를 매각하고 항공기 신규 투자를 이연하는 등 재무 관리에 고삐를 조인 결과다. 올해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지원을 받아 총 7,00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도 발행했다. 여기에 약 3조 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등 영업에 필요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약 1년 반 만에 신용도에 붙은 '부정적' 꼬리표를 떼어내면서 자금 조달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추후 신용등급 상승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입한 회사채의 신용도가 오르면 평가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은행 대출이 불가해 시장 자금 조달에 기대고 있다. 항공기를 빌려 쓰기 때문에 운용리스 등 부채로 잡히는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이후 주가 부진과 실적 하락으로 투자자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급휴가와 임금 삭감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항공사들의 자금 조달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하반기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19일 기준 국내 인구 대비 1차 백신 접종률은 71%를 돌파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객 실적은 더이상 나빠지기 어려워 거리두기 규제가 강화되도 타격이 적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항공업종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