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두고 미국과 프랑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과 영국, 호주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약속했었다”며 “(오커스 사태를 보면)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오커스 출범) 발표에 놀랐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을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유지하고 싶다면 더 많은 협력과 조정, 더 적은 분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EU 측에 오커스 출범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미국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이날도 원색적인 비판을 이어나갔다. 유엔총회 참가차 뉴욕을 방문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커스는 프랑스를 자극하고, 유럽이 대서양 건너 오랜 동맹국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한다”며 “미국이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가 미국이 주선한 오커스의 굴욕을 당한 뒤 영국과 호주 관리들과의 회담을 취소하고 있다”면서 “또 유럽 주권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EU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악랄하고, 신중하지 못하고, 설명할 수도 없는 계약 위반이자 관계 파괴”라며 “또 계약 파기 이상의 신뢰 위기”라고 덧붙였다.
최근 호주는 오커스에 참여해 미국과 영국의 기술로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대신 프랑스로부터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려는 계획을 취소했다. 호주는 2016년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660억 달러(약 77조 3,000억 원)에 공격형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오커스 참여로 이 계약을 무산시킨 것이다. 프랑스는 이같은 사실에 반발해 지난 17일 미국과 호주 주재 대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미국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세계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대해 가장 오래되고 가까운 파트너 중 한 명인 프랑스와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수일 내 전화 통화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