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아 근현대 국악사를 조망할 수 있는 특별전 ‘국립국악원 미공개 소장품전: 21인의 기증 컬렉션’을 내년 2월까지 서초동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 무료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1951년 개원 이후 44년 만인 1995년 국악박물관을 개관했으며 2007년 국악 아카이브를 신설해 기증 자료 수집을 진행, 현재까지 103명의 기증자로부터 18만 점의 유물을 수집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소개된 바 없는 기증자 21인의 유물 113점이 일반에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960년대 이후 국악이 해외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들이다. 1964년 3월 16~21일 진행된 국립국악원 최초의 일본 공연의 흔적은 팸플릿과 신문기사, 공연 티켓과 일정표를 비롯해 공연 직후 일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눈 공연단의 생생한 인터뷰로 확인할 수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장을 지낸 윤이근과 당시 공연에 참여했던 국악학자 장사훈의 기증 유물이다.
민간 전통예술단체인 삼천리가무단의 활약도 만나볼 수 있다. 삼천리가무단은 1964년 4월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초청으로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필하모닉홀에서 연주했는데, 당시 공연 포스터와 호텔 영수증을 비롯해 공연 실황의 일부를 전한 현지 라디오 방송사의 뉴스와 인터뷰가 공개된다. 이 자료들은 미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1995년 한국으로 귀화한 해의만(앨런 헤이먼)의 기증품이다. 1973년 8월 29일부터 12월 16일까지 장장 110일 동안 유럽 순회공연을 이어간 국립국악원의 정악(正樂·궁중음악과 풍류음악)과 정재(呈才·궁중무용) 공연 모습이 담긴 기록물도 전시된다. 특히 1973년 10월 독일 본 공연에서는 국립국악원의 유럽 공연 소식을 접한 작곡가 윤이상이 공연 사회와 해설을 자처해 관객들에게 한국의 음악을 직접 소개했다. 윤이상은 당시 궁중무용 ‘춘앵전’을 처음 접한 후 훗날 ‘무악(舞樂)’이라는 작품을 작곡하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윤이상의 공연 해설 육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자료들은 당시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했던 박숙자 전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이 기증했다.
이외에도 국악을 아끼고 지켜온 이들의 세월과 노력이 담긴 유물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그룹의 창립 초기 기업인이자 대구·경북 지역의 풍류 애호가인 허순구는 지역 국악인들을 후원하고 다수의 필사 악보와 악기를 남겼다. 이들은 대구·경북 지역의 풍류 음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받는데, 2013년 아들인 허병천과 허동수가 국립국악원에 기증했다. 5대째 국악을 잇고 있는 정가 명인인 가객 이동규는 1952년대 국립국악원 개원 당시의 시조 강습 교재를 비롯한 고악보 등 가보로 삼을 만한 귀한 자료들을 기증해 이번 전시를 빛냈다.
특별전은 총괄한 서인화 국악연구실장은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애써 모은 귀한 자료를 기증해주신 수집가분들 덕분에 이번 전시가 가능했다”며 “앞으로 국악박물관은 자료 나눔과 공유를 통해 시대적 가치를 돌아보고, 국악 정보의 허브 역할에 앞장서 국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국악원은 이번 전시와 관련한 기증자들의 연계 특강을 오는 10월부터 진행할 계획이다.